시사

시사 > 전체기사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면 기발한 아이디어 쏟아지죠”

[창·작·가] 김학준 샌드박스 CCO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김학준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 사무실의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PD 김학준’이었을 때는 시청자들에게 ‘뭘 보여주지’를 고민했다. 가수 박준형이 핫플레이스를 찾아가는 ‘와썹맨’, 방송인 장성규가 각종 직업을 1일 체험해보는 ‘워크맨’ 등을 기획해 유튜브에서 히트를 쳤다. 이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가 된 그는 콘텐츠를 활용해 어떤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샌드박스로 자리를 옮겼다. ‘좀비트립’ ‘노키득존’ 등 인기 웹예능 기획을 함께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샌드박스 오리지널 웹예능 채널인 ‘흥마늘 스튜디오’를 론칭했다. 방송인 조나단, 래퍼 정상수 등이 출연해 인기를 얻고 있다.

샌드박스의 웹예능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에 업로드된 예능에 방송인 조나단이 출연한 장면.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샌드박스는 김 CCO의 영입을 계기로 자체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설비와 스튜디오 시설, 80여명의 제작 전문 인력까지 갖췄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 본사에서 김 CCO를 만났다. 1시간 20여분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가 구상하거나 기획 중이라고 소개한 콘텐츠는 다양했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인 것도 흥미가 느껴졌다.

샌드박스는 예능 제작에 힘을 주고 있지만 실제로 원하는 건 ‘종합백화점’ 같은 콘텐츠 제작사다. 대중들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콘텐츠를 시도해보겠다는 뜻이다. 김 CCO는 “우리만의 특색을 찾으려하기보다 지금의 트렌드에 흡수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원래 샌드박스는 500여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여기서 확장해 독창적인 크리에이터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크리에이터들이야말로 소중한 자산이다. 격투기 선수인 유튜버 정찬성과 협업한 ‘좀비트립’은 그 저력을 보여줬다. 여러 지역에서 유명한 일반인 싸움꾼을 만나 인터뷰하고 프로 파이터인 박문호 선수와 스파링을 해서 이기면 100만원을 지급하는 형식의 예능이다. 지난 1월 시작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조회 수는 매회 300만~400만회를 기록했다.

샌드박스와 유튜버 정찬성이 협업한 예능 ‘좀비트립’에서 종합격투기 선수 박문호(오른쪽)가 일반인 파이터와 겨루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김 CCO는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를 만든다. 그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게 무엇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시청자, 이용자들이 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좀비트립’도 시청자의 니즈를 철저히 분석해 콘셉트를 잡았기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봤다. 김 CCO는 “처음 기획안이 나왔을 때는 선수의 기질을 가진 일반인이나 아마추어 파이터를 찾는 게 목표였으나 대중의 관점에서 봤을 때 너무 마니아스러울 것 같았다”며 “누구나 아는 ‘동네 싸움짱’을 등장시켜 참교육을 시켜주는 ‘사이다’ 콘셉트를 잡았다”고 했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폭력이나 싸움꾼이 미화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대중이 불편하지 않은 선을 지킨 것이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도 제작 중이다. 시즌1보다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방색을 알리고 도시를 탐방하는 콘셉트도 추가했다.

엔데믹 상황을 반영한 신작 ‘음주가무’도 기획 중이다. 개그맨 이진호와 배우 김응수가 밤거리의 핫플레이스를 찾아가 술을 마시는 콘텐츠다. 유행과 거리가 먼 30대와 60대가 ‘요즘 애들은 어디서 술 한잔하니’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갈 만한 술집을 소개하고 20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킬러 콘텐츠 발굴에서 나아가 콘텐츠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김 CCO의 몫이다. 그는 CCO 역할에 대해 “하나의 콘텐츠를 확대해 비즈니스 포인트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요약했다. 예전에는 잘 만든 유튜브 콘텐츠 하나면 끝이었지만 지금은 그 콘텐츠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공개하거나 해외 비즈니스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하는 시대가 됐다.

여러 인기 콘텐츠의 팬덤을 불러 모아 오프라인 공연을 하는 것도 그의 목표다. 김 CCO는 “온라인의 끝은 결국 오프라인”이라며 “코로나19로 잠재돼 있던 공연에 대한 갈망이 폭발하는 시기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은 일상이다. 그는 이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크리에이터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 못 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게 된다. 아예 크리에이터를 대거 출연시키는 초대형 프로젝트도 그의 머릿속에 있다. 게임, 먹방,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력을 가진 크리에이터를 한데 모아 단체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앞으로 협업해보고 싶은 크리에이터로는 샌드박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게임 유튜버인 도티를 꼽았다. 저연령층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유튜버다. 김 CCO는 “최근 아이들의 문제점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많아지면서 지켜보기가 심정적으로 힘들다”며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이들과 놀아주는 삼촌을 내세운 콘텐츠를 도티와 함께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샌드박스가 제작해 왓챠에서 공개된 예능 ‘노키득존’에서 출연진이 분장하는 모습.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샌드박스는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개한다.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도 하고, 정찬성처럼 소속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활용하기도 한다. 왓챠 티빙 등 기존 OTT에도 콘텐츠를 선보인다. 코미디언들이 거액의 상금을 걸고 1박 2일간 웃음을 참는 서바이벌 예능 ‘노키득존’도 왓챠에서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는 진정성 때문이었다. 콘텐츠의 흐름을 보면 최근 몇 년간 예능의 키워드는 진정성, 리얼리즘이었다. 그러나 기존 코미디 프로그램은 대본이 짜여진 무대 위주였다. 김 CCO는 “대본이 없는 리얼한 현장에서 희극인들이 웃음을 참아야 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궁금했다”며 “개그와 리얼리티를 합쳤다”고 소개했다. 그는 취업, 연애, 결혼에 힘들어하는 청춘을 위로하는 리얼리티 예능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 결성도 김 CCO가 샌드박스에서 추진하는 큰 사업 중 하나다. 현재 연습생은 6명이다. 그는 “기존 아이돌과 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CCO는 “음악 스타일부터 앨범 재킷 사진까지 팬들이 매니저가 돼 만들어가는 그룹이 될 것”이라며 “유튜브로 이들의 성장기, 학교생활이나 아르바이트 등 일상을 보여주며 팬이 육성하는 아이돌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의 영감은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 받았다고 했다. 그는 “동네에서 키보드나 기타를 치는 아이들이 모여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작품이다. 꿈을 함께하는 또래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는 오프라인 공연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와썹맨’ ‘워크맨’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이제 막 콘텐츠 제작사로 첫 삽을 뜬 샌드박스행을 택한 건 왜일까. “내가 만든 콘텐츠의 가치를 확장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었다”고 했다. 유튜브용 짧은 영상이었던 ‘와썹맨’은 25~30분짜리 콘텐츠로 만들어달라는 니즈가 있었지만, 콘텐츠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김 CCO는 “샌드박스는 콘텐츠를 활용해 출판, 자체상표(PB) 상품, 라이브커머스(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해왔다”며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마음껏 확장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