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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주성’ 설계자 홍장표, 사퇴가 정도이나 강요는 피해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총리실 산하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홍장표 원장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해구 이사장에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임명된 이들은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다. 며칠 전 여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전 정부 임명직 기관장들의 거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 총리는 최근 취임 1개월 기념 기자단 만찬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특히 홍 원장과 관련해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지적에 “우리와 너무 안 맞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도 했다. 한 총리의 주장에 일리가 없진 않다. 정권 교체로 들어선 새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른 정책 기조와 국정 철학을 펼치는데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의 장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일종의 알박기다. 특히 홍 원장은 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이자 핵심 경제정책인 ‘소주성’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현 정부는 투자주도, 민간주도성장을 추진하는데 정반대 정책을 입안한 이가 여전히 국책연구기관을 이끄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정도다.

그렇다고 총리가 직접 나서서 산하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모습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들에게 일괄 사표를 강요해 실형을 받았다. 검찰이 같은 이유를 들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의 진퇴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법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더구나 한 총리 본인이 전 정부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현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앉히려 했다. 자칫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다만 이제는 기관장 임기를 두고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 여야가 기관장들과 대통령 간 임기 불일치를 해소할 법적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공직리스트를 정하는 미국의 ‘풀럼북’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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