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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열 살 조유나양과 부모가 바닷속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의 휴대전화 전원이 잇따라 꺼진 곳이었다. 차량 상태, 조양 부모의 실종 전 인터넷 검색 내용, 많은 빚과 투자 실패 정황은 극단적 선택을 가리키고 있다. 그 선택은 유나의 것이 아니었다. 실종 직전 CCTV에 찍힌 아이는 수면제라도 먹은 듯 깊은 잠에 빠져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업혀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부모에게 이끌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죽음을 맞았다. 유나는 살해당했다.

과거 ‘동반자살’이라 불렀던 부모와 어린 자녀의 극단적 선택에서 자녀의 의지가 개입된 사건은 없었다. 그것은 부모의 자녀 살해와 부모의 자살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살해 후 자살’이고, 비극이기 이전에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다. 지난 14일 광주고법은 아내, 여덟 살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홀로 살아남은 40대 남성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딸에 대한 살인죄, 아내에 대한 자살방조죄를 적용했다. 그와 같은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범들의 판결문에는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 말해주는 구절이 가득 들어 있다. ‘피해 자녀는 죽음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항도 못하고 영문도 모르는 채 살해당했다’ ‘자신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어린 자녀의 장래에 놓여 있는 모든 기회를 박탈했다’ ‘부모의 자살 시도는 자녀 살해의 책임을 감경할 사유가 될 수 없다’….

어린 자녀를 극단적 선택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자식의 생명을 부모의 소유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홀로 남겨질 때 자식이 겪게 될 고통을 핑계 삼아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을 강요하는 비열한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안타까운 일로 여기고 측은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역시 살인을 방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유나의 죽음은 슬퍼하기 전에 분노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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