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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아동 100명 수술 성공하면 함께 노래하는 콘서트 열 것”

[인터뷰 사이] 김형규 RBW 엔터테인먼트 이사

김형규 RBW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자신을 밴드 이층버스의 ‘운전사’라고 소개했다. 이층버스는 청각장애 아동들의 인공와우 수술을 후원하기 위해 공연한다. 그는 이 활동으로 국민희망대표 20인으로 선정돼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됐다. “희망대표라는 이름이 너무 크다 싶었는데 저희 멤버들과 후원자분들에게 격려와 위로가 됐어요.” 최현규 기자

"아이를 키우면 처음으로 아이가 '엄마'라고 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죠. 그런데 엄마를 부르려면 2만번의 학습이 필요한 거래요. 뱃속에서부터 '엄마가 널 사랑해, 네가 태어나면 엄마가 정말 예뻐해 줄게' 이런 말을 2만번 들어야 엄마라는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난청인 아이들이 수술 후에 엄마라고 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대요."
김형규(47)씨는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선물하는 밴드 '이층버스'의 리더다. 공연 수익금으로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을 후원한다. 그가 보여준 핸드폰에는 지난해 7월 수술했던 네 살 민우(가명)가 '엄마'라고 말해 드디어 첫말이 트였다며 민우 엄마가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민우는 이제 열심히 엄마엄마 하며 따라다닌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반바지를 입은 꼬마가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저도 아빠니까 민우 부모님한테 감정 이입이 돼서 정말 뭉클했어요. 지금까지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이다, 더 힘내자 다짐했죠."
그런데 그가 '지금까지 한 일'을 소개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그의 본업은 걸그룹 마마무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RBW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이자 이사다. 창립 멤버였던 큐브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연습생을 발굴하고 트레이닝하는 신인개발팀을 맡아 마마무는 물론 포미닛 비스트 에이핑크 비투비 펜타곤 (여자)아이들 등 쟁쟁한 아이돌 12팀이 그의 손을 거쳐 데뷔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르친 가수들도 있으니, 문자 그대로 스타들을 키운 셈이다. 그는 1994년 강변가요제로 출발해 그룹 쿨, 신화, 빅마마 등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로 이름을 알렸다. 가수 더원의 편곡자이자 프로듀서로 그를 MBC '나는 가수다2'의 가왕으로 만들고 KBS2 '불후의 명곡'에서 수차례 우승하게 한 실력자다. 이렇듯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이력을 쌓으며 음악을 만들어온 그가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이들을 만나고 돕게 된 것은 예비 스타들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진 일이라고 했다.

2019년 7월 마마무와 함께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이층버스의 다섯 번째 정기공연. 이날 공연 수익금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하게 된 청각장애 아동이 무대에 올라왔다. 김형규 제공

-10여년 전부터 연습생들을 이끌고 어린이병원과 복지관, 보육원을 찾아다녔다고요.

“제가 모던K라는 실용음악 아카데미를 20대부터 운영했기 때문에 연습생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건 문제없었는데,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중심이 꽉 잡혀 있는 아이들에 비해 음악만 열심히 해서 갑자기 성공하는 아이들은 인기가 높아질수록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의 주도로 비투비와 에이핑크는 보육원 아이들과 생일 파티를 하면서 어울려 놀아주고, 펜타곤과 (여자)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발달장애 청각장애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를 찾아간 밴드 원위(ONEWE)는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곡을 썼다.

-마마무는 연습생 시절 꼬박꼬박 독후감을 썼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이사님 아이디어였나요.

“대중과 만나고 소통하려면 지식과 소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연습에만 몰입할 게 아니라 책도 읽어야 한다고요.”

-봉사를 다녀오면 연습생들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놀라죠. 만남이 반복되면서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대중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조금씩 깨닫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잘 성장해서 훨씬 더 큰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원위의 강현이는 첫 저작권료 수입을 기부했고 펜타곤의 후이도 후원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연결해줬어요.”

-그러면서 이사님도 변화하게 되셨다고요.

“중증 장애인 병동 간호사님들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조금씩 반응한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이 친구들이 음악을 통해 한 번이라도 더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봉사하면서 철이 든 거죠.”

-청각장애인과는 어떻게 연결이 된 건가요.

“삼성소리샘복지관이라는 곳에서 공연하며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들었어요. 저희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통해 수술비가 없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예 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밴드를 만드신 거죠.

“어린이병원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아티스트들한테 불가피한 스케줄이 생긴 거예요. 아이들은 기다리는데 못 가는 상황이 된 거죠.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닐 수 있는 정규 멤버가 필요하다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2017년 탄생한 밴드가 이층버스다. 그가 신디사이저를 맡고 이선호(보컬) 제니윤(바이올린) 이상인(건반) 박성룡(드럼) 박동혁(베이스) 연태희(기타)로 구성됐다. 2018년 ‘동화처럼’이라는 곡으로 데뷔해 10여곡을 발표했다. 첫 공연에 그의 20년지기인 쿨의 메인보컬 이재훈과 가수 양파가 함께한 것을 시작으로 서은광(비투비) 마마무 펜타곤 신연아(빅마마) 더원 등 여러 스타가 4개월마다 여는 이층버스의 정기 공연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몇 명이 소리를 듣게 됐나요.

“10명을 도왔어요. 삼성소리샘복지관과 한국난청인교육협회에서 수술이 시급하고 형편이 어려운 고도 난청 친구들을 추천받아요. 3세부터 27세까지, 남매도 있었습니다. 수술한 지 오래되면 기기 교체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던K에서 따로 1000만원을 기부해 2명을 도왔고요.”

-수술 후에는 재활을 거쳐야 하는 거고요.

“그렇죠. 첫 번째로 수술한 하은(가명)이는 어머니가 농인이세요. 수술 후에는 주변에서 계속 말을 들려줘야 하는데 어머니가 말씀을 못 하시니까 나중에 수술받은 아이들보다 재활이 느려요. 안 그래도 첫 자식처럼 애틋한데 그래서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저희 가족과 여행도 다녀오고요.”

-여행을 같이 간다는 건 가족 모두 이사님을 지지한다는 뜻이겠네요.

“가장 든든한 후원자죠. 이층버스 한 대를 만드는 데 2000개의 부품이 필요하대요. 저희도 그래요. 이층버스 멤버 일곱 명 말고도 영상 찍어주시는 감독님, 편곡자들처럼 동참하는 분들이 많아요. 무엇보다 70분 정도 개인 후원자들이 계세요. 굉장히 큰 힘이죠. 신연아씨는 공연 후에 어머니와 후원자가 되셨어요. 같이 공연한 가수의 팬들이 도와주시기도 해요. 더원 팬 중에 무기명으로 100만원을 기부하신 분도 있고요. 그래서 외롭지 않아요.”

-100명 수술이 목표라고요. 1인당 수술비가 1000만원 정도라고 들었는데, 적지 않은 금액이에요.

“부담스럽긴 해도 100명을 목표로 삼은 건 평생 죽기 전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어서예요. 수술비는 평균 700만원 정도예요. 수술만 지원하느냐 재활까지 돕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국민희망대표 20인으로 선정돼 참석하셨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국민희망대표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에 앞서 김형규 이사(맨 왼쪽)를 비롯한 참석자들에게 집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망설였어요. 제가 다니는 교회나 제 주변에 정말 남모르게 봉사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내가 자격이 있을까, 내가 나서도 될까 염려됐어요.”

-자칫 맡고 있는 아이돌에게 정치색 논란이 생길까 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겠어요.

“맞아요. 후원자분들 때문에도 그런 우려가 됐었죠. 그런데 이층버스 멤버들이 어떤 정권이든 취임식에 초대된 건 감사한 일이고 꼭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어요. 마침 취임식이 열리는 그 시간에 열 번째 수술이 이뤄졌어요.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무지개가 떴잖아요. 뭔가 저에게 주는 토닥임 같은 느낌이어서 더 벅찬 날이었어요.”

-이층버스가 더 많이 알려지면 더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겠네요.

“마침 이재훈씨가 다음 공연에 같이하겠다고 전화를 했어요. 자기가 목표 달성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지인들을 데려 오겠대요. 300명까지 목표를 늘리라고 하는데, 저는 일단 100명부터 해내고 보자는 생각이에요(웃음).”

-스타들이 공연 초대에 응한다는 게 또 감사한 일이네요.

2018년 KBS2 '불후의 명곡' 왕중왕전에서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열창하는 가수 더원(가운데)과 원곡 가수인 김도향(오른쪽). 김형규 이사가 편곡을 맡고 5세부터 75세까지 이층버스의 후원자 가족들이 합창단으로 무대에 섰다. 김형규 제공

“맞아요. 어떤 분이 우스갯소리로 팬덤이 아주 큰 스타가 나서면 100명도 금세 가능하지 않겠냐고 했어요. 영향력이 큰 분들이 움직여주면 수술도 수술이지만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태어나는 아기 500명 중 1명이 난청이래요. 그렇게 많은 줄 모르셨죠?”

김형규 이사와 이층버스는 다음 달 15일 서울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관객을 위한 공연을 하고, 8월 11일 건국대 공연장에서 11번째 난청 아동을 돕기 위한 정기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재훈과 보이그룹 원어스(ONEUS)가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그는 언젠가 100명의 수술이 성공하면 100명 모두와 같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콘서트를 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무대 위에 선 이들에게도, 무대 아래의 가족과 후원자들에게도 그만큼 완벽한 피날레는 없을 것이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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