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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김포-하네다 노선

고세욱 논설위원


2001년 3월 29일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연 후 국제선이 사라진 김포공항의 풍경을 당시 한국공항공사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언론에 이렇게 전했다. “국제선 1, 2청사의 불이 꺼지니까 말 그대로 빈집이 됐다.” 승객 및 공항 근로자 상당수를 인천공항에 빼앗긴 후 김포공항 인근 상가 매출도 절반 이상 줄었다.

쇠락한 김포공항을 살린 게 2003년 11월 개통된 첫 국제선 김포-하네다 노선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월드컵 공동개최에 따른 양국 간 항공수요 급증에 대비해 김포-하네다 노선을 시범 운항하자고 요구했다. 월드컵 기간 김포-하네다 공항을 연결하는 특별전세기가 하루 최대 15편까지 운항됐다. 다만 정규 운항에 이르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하네다공항도 국내선 전용이었고 양국 수도를 잇는 노선은 ‘인천-나리타’였다. 나리타공항이 위치한 지바현 주민들이 “하네다 공항에 한·일 노선이 들어오면 나리타는 공동화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포공항 국제선 취항은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 구상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다.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시간 단축과 편의성으로 한·일 일일생활권 시대를 이끌며 업무용 비즈니스 수요를 창출했다. 마침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의 인기로 한류 바람이 불어 노선 인기는 치솟았다. 이후 일본 간사이, 중국 훙차오·베이징, 대만 쑹산 노선이 김포공항에 새로 생겼다. 인천공항은 허브 기능을 그대로 살리며 2019년 기준 이용객 수(7117만명) 세계 5위 공항으로 발돋움했다. 윈-윈의 대표 사례다. 일본의 역사 왜곡, 경제 보복 여파에도 끄떡없던 김포-하네다 노선은 코로나19에는 두 손을 들었다. 2년여의 셧다운 끝에 지난 29일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이 재개됐다. 면세점이 다시 문을 열었다. 한국 보이그룹 블랭키가 첫 비행기를 이용해 일본 공연에 들어갔다. 한·일을 가깝게 해준 이 노선의 재개가 관광산업 발전과 양국 관계 정상화의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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