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악기, 삶은 음악… 바이올린 장인의 깊은 통찰

[책과 길] 울림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니케북스, 592쪽, 3만2000원

독일의 바이올린 마이스터 마틴 슐레스케가 자신의 공방에서 바이올린을 만들고 있다. 바이올린 제작 과정을 통해 삶과 신앙에 대한 통찰을 전하는 슐레스케의 책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2013년 국내에서 출간돼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울림’은 ‘가문비나무의 노래’의 원작에 해당한다. 마티 제공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는 “나무들은 내게 언제나 사무치는 설교자다”라고 말했다. “나무와 이야기하고, 나무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경험한다”라면서. 독일의 바이올린 마이스터(장인) 마틴 슐레스케(57)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바이올린은 내게 언제나 사무치는 설교자다.” 그의 책 ‘울림’은 바이올린을 만드는 과정을 안내하며 삶과 신앙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끈다.

슐레스케의 바이올린 이야기는 삶에 대한 비유다. 우리 삶과 인식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유가 필요하다. “오래전에 썩어버린 인식들”로 연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슐레스케는 자신이 매일 하는 바이올린 만드는 일을 통해 삶과 신앙에 대한 비유를 성공적으로 제시한다.

좋은 나무를 찾아서 깎고 파고 칠해 바이올린을 만들고 조율하고 수선하는 마이스터의 작업 과정에서 저자는 삶에 대한 비유를 찾아낸다. 바이올린 칠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

“빛나는 오렌지색에 오렌지색 도료를 얇게 한 겹 더 입혀주면, 색조는 강화된다. 하지만 이렇게만 하면 색은 마지막에 요란하고 촌스러워진다. 그러므로 적절한 부분에서 보색으로 오렌지색을 중화시켜야 한다.… 아주 엷은 파란색 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렌지색은 그것 덕분에 마지막에 놀라운 부드러움과 깊이를 갖게 된다.”

칠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비유로 흐른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각을 비슷한 생각으로 강화할 뿐 아니라 보완할 수 있는 색깔을 찾아서 자신의 철학에 부드러움과 성숙함을 가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도 아름다움은 흐트러지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 안의 것을 더 풍요롭게 한다.”

인생의 위기는 “바이올린을 추가로 손보는 작업과 비슷하다.” “때로는 바이올린을 고치기 위해 다시금 열어야 한다. 위기의 시기도 이렇듯 아픈 열림과 비슷하다.… 삶의 역경에 거룩하고 담대하게 맞서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슐레스케는 바이올린의 비유를 통해 삶과 신앙의 문제 속으로 깊게 들어간다. 이 책은 무엇보다 신앙을 가진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음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대학에서 물리학까지 공부한 바이올린 장인이면서 열세 살부터 신앙을 갖고 성경을 읽어온 기독교인이다. 저자는 바이올린과 성경을 계속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깊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놀라게 된다. 그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처럼 문장을 만든다. 그의 글은 그가 만든 바이올린에서 나는 소리처럼 아름답고 풍부하고 깊다.

“악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눈에 보이는 형태를 작업한다. 점점 형태가 잡혀가고, 나는 그것을 시험한다. 탄생하는 바이올린은 겉보기에는 목재 조각품이다. 그 조각품이 소리를 낼 때 비로소 그것이 악기임이 드러난다! 공명이 진동할 때에야 비로소 바이올린은 그의 본질을 보여준다. 믿음도 이와 비슷한 내면의 조각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삶을 음악에, 예배에 비유한다. 인간은 하나님이 연주하는 악기로 비유한다. 우리 인생은 하나님과 나의 연주다. 저자는 이런 비유를 통해 심오하고 난해한 삶과 신앙의 질문들에 답해 나간다.

“우리는 왜 하느님(하나님)을 경험할 수 없을까. 이 물음은 연주회에서 왜 바이올리니스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만 들릴까를 묻는 것과 같다. 우리가 하느님의 악기라는 것을 이해하면 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을 ‘순수하게’ 듣지 않고, 서로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듣는다.”

인간은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있다. 그는 섬유결을 거스르며 나무를 뚫고 들어가 종국에는 약속된 것을 실현하고 작품을 완성하는 거친 대패질을 비유로 들려준다.

“바이올린 제작자가 나무를, 즉 나무의 섬유를 거스르면 어떻게 될까. 때로는 그렇게 해야만 중요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섬유가 잠시 뜯기며 스스로를 알리는 곳에서, 대패가 강하게 진동하고 섬유가 거친 소리를 내는 바로 그곳에서 나는 나무를 무시하지 않고, 그런 순간에 섬유결을 느낀다. 때로 아프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게 우리의 영혼을 거스르는 듯한 삶의 시기도 그렇다. 결국은 악기를 만드는 작업과 같다.”


‘울림’은 슐레스케의 첫 책으로 2010년 독일에서 처음 발간됐다. 분량이 방대하고 내용이 깊어서 이듬해 이 책의 발췌본이 묵상집 형식으로 나왔는데 그 책이 2013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가문비나무의 노래’다. 이 책은 개신교인과 가톨릭 교인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인생책으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다. 독자들의 추천이 많은데 “거룩한 삶에 대한 갈망을 일깨운 책”이라는 평에 특히 동의하게 된다. 슐레스케는 2016년 ‘바이올린과 순례자’라는 제목의 두 번째 책을 냈고, 이 책 역시 국내에서 출간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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