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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반발한 9620원… “모두 만족시키는 최저임금은 없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 인터뷰
노사 제시 자료 매년 비슷한 오류
데이터 기반 합리적 토론 필요성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30일 설치된 최저임금 안내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5%(460원) 오른 9620원으로 의결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된 시간당 9620원은 노사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금액이었다. 올해보다 5% 오른 것으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반발을 불렀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30일 “최저임금위 제도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불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며 “제도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저임금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는 1987년 위원회 구성 이후 대부분 공익위원의 중재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2019년 5월 위촉된 박 위원장은 올해까지 네 차례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했다. 그는 “우리나라 임금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고 (최저임금이) 정책변수로 작용하게 됐다”며 “오랫동안 운영해온 최저임금 제도를 이제 수리, 보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에 초점을 맞춘 정부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일자리, 물가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심의 과정에서 노사가 내놓은 데이터는 양측 모두 어느 정도 결함이 있다”며 “최저임금을 위해 만들어진 자료가 아니다 보니 의사결정 근거가 약해지고 매년 비슷한 오류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로 토론할 수 있게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업종별 차등적용과 생계비 관련 연구용역을 정부에 권고한 것도 합리적 토론을 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민이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제도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8년 만에 법정 심의기한을 준수하겠다고 방침을 세운 것도 제도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공익위원들에게 주어진 책임만큼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활동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최저임금위 심의 진행 기간뿐 아니라 공익위원들이 독자적으로 사전·사후 조사 등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최저임금위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 집단적 의사결정의 영향, 효과의 오류 여부 등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산입범위 확대 영향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실질임금 하락”이라고 ‘시급 9620원’ 결정을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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