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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어느 커피숍과 신혼부부 아파트

이다울 작가


개업한 커피숍에 앉아 어렸을 적 만났던 공교육 종사자, 그중에서도 수학 선생님처럼 입은 중년의 남자가 내려주는 커피를 기다린다. 정사각형 모양의 테이블이 세 개 있다. 간격이 너무 좁아서 공중화장실 양변기에 한 명씩 앉아 있는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칸막이가 없다는 것이다. 테이블과 테이블 간의 거리는 한 뼘 정도밖에 안 돼서 지나가다 엉덩이로 남의 커피잔을 쏟아버릴 것만 같다. 이 좁은 커피숍에도 구색을 갖추기 위해 온갖 사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앤틱’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진한 나무색의 테이블과 계산대, 북유럽이 고장인 회사에서 찍어내는 ‘모던’한 철제 조명, 들꽃이 그려진 커피잔과 받침 세트가 있다.

창가에는 화분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돈이 들어온다는 작은 나무에 분홍 리본이 늘어져 있고 그 위로는 붓글씨의 서체로 개업 축하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주인장의 머리 위로는 유럽의 어느 협회에서 발행했다는 영어 증서가 위풍당당하다(같은 내용을 각기 다른 색으로 여섯 장이나 인쇄했다). 출입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주술 도구였던 드림캐처가 흔들린다. 현관문을 지나 더 위로, 벽을 타고 올라가면 명주실에 둘둘 감긴 북어가 입을 벌리고 있다.

방금 포장 비닐을 뜯어낸 듯한 모든 사물로부터 야심이 느껴진다. 그 야심은 국적이 상이한 귀신들의 침입을 만만하게 막아낼 것 같다. 수학 선생님을 닮은 주인장도 염색한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새카만 머리칼이다. 커피숍의 사물들은 지명과 관계없이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지금은 먼지가 가득한 천사상과 예수상, 액자에 끼워 넣은 오빠의 상장, 을지문덕과 세종대왕 등의 위인전 세트, 가족사진(나는 가슴에 내 얼굴만 한 엄마의 장미 브로치를 달았다), 직접 짜 맞춘 진한 나무색 책장, 현관문에 걸어놓은 복조리가 신혼부부의 처음 분양받은 아파트에서 반짝인다.

이다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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