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느낄 땐 이미 3기 이상… 데운 항암제 뿌려 생존율 높인다

[희귀암에 희망을] <11> 복막암

조기발견 어렵고 진행 빠른 편
3기 이상 환자 5년 생존율 20~30%
수술로 암 제거한 뒤 항암치료나
하이펙으로 잔류종양 최소화 땐
치료성적↑… 하이펙 비용 크게 내려

하이펙 시술 장면. 종양 감축 수술 이후 남아있는 암을 제거하기 위해 항암제를 가열해 직접 뿌려주는 치료법이다. 예후가 나쁜 복막암이나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분당차여성병원 제공

55세 여성 A씨는 평소 건강하게 지내다가 한 달 전부터 소화가 잘 안되고 배가 부른 증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6개월 전 내시경과 초음파검사 결과가 정상이어서 설마 암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병원 진단 결과는 복막암이었다. 담배와 술을 전혀 하지 않고 건강에도 자신있었던 그는 “왜 나한테 이런 암이 찾아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사는 “복막암 초기의 경우 복막에 암이 얇고 넓게 깔려 있어 영상검사로도 쉽게 잡아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빠르게 진행돼 한 달 만에 복수가 차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어 환자들이 황당하거나 억울해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복막은 복강(배안)을 에워싼 얇은 막으로, 복벽과 그 안의 간 위 대장 신장 자궁 난소 난관(나팔관) 방광 등 여러 장기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복막 자체에 암이 생긴 게 ‘원발성 복막암’이고 위나 대장 등 다른 장기에 생긴 암이 복막으로 퍼진 것이면 ‘전이성 복막암’으로 분류된다. 전이성 복막암 발생이 훨씬 더 많다. 2021년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복막암 신규 발생은 461건으로 전체 암의 0.2%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 당 0.9명이 발생해 희귀암(10만명 당 6명 미만 기준)에 해당된다. 60대가 25.8%로 가장 많았고 50대(22.3%) 70대(20%) 순이었다.

분당차여성병원 부인암센터 최민철 교수는 4일 “복막암은 희귀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통계에 명확히 잡히기가 어렵다. 특히 여성에 발생하는 복막암의 경우 기원이 상피성 난소암·난관암과 같다고 보고 있어 통계적으로 난소암에 같이 잡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난소암 유병률이 늘고 있기 때문에 복막암도 증가 추세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난소암으로 짐작하고 있다가 여러 검사 후 복막암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또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 사례처럼 ‘브라카(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으면 난소암 발병 위험이 40% 가량 높은데, 복막암 위험도 같이 높아지는 걸로 알려져 있다.

복막암 초기에는 난소암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모호하고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권장되는 복막암 조기 발견법도 없는 실정이다.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 온다거나 소화가 잘 안된다거나 하는 등의 자각 증상으로 병원을 찾을 땐 이미 암이 많이 진행돼 3기 말로 진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임명철 교수는 “가스가 찬 느낌, 복부 팽만, 더부룩한 느낌, 쥐어짜는 듯함 등의 증상은 일반 소화기질환과 오인될 수 있다. 아울러 구토, 구역질, 설사·변비, 소변이 자주 마려움, 식욕 저하,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혹은 증가하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땐 신속히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막암은 수술로 조직을 떼내 검사를 해야만 최종 진단이 가능하다. 수술 전에는 초음파나 CT·MRI·PET 등 영상검사에서 복수와 복막 종괴, 대망(원발성 복막암의 발생 추정 지방조직)침범 소견이 보이고 위·대장 내시경, 난소·난관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올 경우 복막암을 의심할 수 있다.

복막암의 예후는 난소암과 비슷하거나 약간 나쁜 수준이다. 3기 이상 진행성 복막암은 5년 생존율이 20~30%에 불과하다. 최민철 교수는 “안타깝게도 복막암은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진행도 빨라 대다수가 3기 이상 상태로 진단된다. 즉 암이 늦게 발견돼 예후가 나쁜 것이지 암 자체가 불량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3기 이상 복막암 치료는 수술(눈에 보이는 암을 가능한한 제거하는 종양감축술)과 항암치료로 구성된다. 진단 당시 수술하기엔 암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거나 환자의 전신 상태가 5~8시간에 걸친 수술을 감당할 정도가 아니라면 무리해서 수술하지 않고 항암치료를 먼저 2~3차례 진행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종양감축 수술로 암을 제거하고 이후 3~4차례 항암치료를 추가하기도 한다.

여기에 근래 도입된 하이펙(HIPEC·복강내 온열항암요법) 시술이 복막암 환자들의 생존율 항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암세포가 열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항암제를 체온 보다 높은 42~43도로 데운 뒤 90분 정도 복강 안에 직접 뿌려주는 방식이다. 최 교수는 “수술 후에도 배 안에 남아있는 암이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미세 종양까지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라고 보면된다”고 했다.

2013년 국내 도입된 하이펙 시술은 일부 의료기관에서 원발성 복막암뿐 아니라 대장(맹장)·난소암 복막 전이 등의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기존에는 1회에 300만~500만원의 시술 비용이 들었지만 올해부터 신의료기술로 등재돼 약 55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임명철 교수는 “복막암은 수술을 통해 육안으로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고 항암치료나 하이펙 시술로 잔류 종양을 최소화시키면 치료 성적이 높아지는 것으로 여러 연구결과 입증되고 있다”면서 “다만 복강내 종양 제거 정도는 각 의사별로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생존율도 다른 만큼 경험 많은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중요하며 가급적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 곳에서 치료받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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