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손실금 탕감이 웬말” 커지는 불공정 논란

성실 상환자가 손해 떠안는 구조
‘안갚으면 그만’ 현상 확산 우려도


개인회생 변제금 총액에 주식·코인 투자 손실금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서울회생법원 결정을 두고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 취지는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진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것이지만 왜 성실 상환자들이 ‘묻지마 투자자’들의 손해를 떠안아야 하느냐는 반발 의견이 거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서울회생법원에서 개인회생이 승인된 채무자의 변제금 산정 시 주식·코인 투자 손실금이 제외된다. 개인회생제도는 일정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3년간 일정 금액의 변제금을 갚아나가면 남은 채무를 줄이거나 탕감해주는 제도다.

여기서 변제금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월 소득 및 청산가치다. 청산가치는 현재 채무자가 처분할 수 있는 모든 재산을 고려해 산출된다. 기존에는 청산가치를 정할 때 코인·주식의 원금을 따졌는데 이제는 잔존가치만 따지겠다는 것이다. 가령 A씨가 1억원을 투자한 비트코인이 시세 급락으로 현재 2000만원어치밖에 남지 않았다면, 개인회생을 신청한 A씨의 변제금은 2000만원을 기준으로 잡히는 것이다. 청산가치가 줄어드는 만큼 갚아야 할 돈도 줄어든다.

서울회생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자산시장이 급격히 냉각하며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본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MZ세대(20·30대)는 성장주나 중소규모 암호화폐에 ‘영끌’했다 실패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법원에서 파산 판정을 받은 개인 중 20·30대 비율이 45%에 달했다.

하지만 서울회생법원의 이런 결정은 최근 판례와 다르다. 지난해 한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빚내서 비트코인 했다가 망해서 회생신청했는데 기각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함께 게재된 판결문에서 법원은 “채무자가 반복해 주식과 비트코인에 고액을 투자하고 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개인회생 신청을 한 상황에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 투기성 행위와 무관한 채권자에게 손실을 오롯이 귀속시키게 된다”고 밝혔다.

빚투로 이익이 발생하면 채무자가 가져가고 손실이 발생하면 사회가 떠안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런 사례가 반복될 경우 빚투 실패자 구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성실 상환자들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빚투’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투자금을 모두 잃더라도 ‘개인회생 신청하고 안 갚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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