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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탈(脫)플라스틱 사회로 가려면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지난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환경총회(UNEA)에 참석한 전 세계 175개국 대표들은 플라스틱을 규제하는 국제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보통 국제협약 체결에 10년 이상 걸리지만, 이번 협약은 2024년 말까지 맺기로 해 타결 일정을 3년으로 짧게 잡았다. 플라스틱으로 지구 오염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규제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각국은 올해 말까지 협상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세부 협상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생산되는 4억t의 플라스틱 중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고 12%는 소각, 나머지 79%는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050년쯤 물고기와 해양 쓰레기 양이 같아진다고 전망할 정도로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은 심각하다. 매년 10만 마리 이상 해양 생물이 죽고, 분해된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밥상으로 돌아와 인류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더욱이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기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생산, 유통, 재활용, 폐기 등의 전 과정은 물론 해양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까지 포괄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2019년 기준 1인당 연간 44㎏으로 호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플라스틱이 규제될 경우 생산물량의 절반을 수출하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정부도 단순한 사용 감축은 물론 재활용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환경부가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고, 해양수산부가 2030년까지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60% 줄이기로 하는 등 부처별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세부 로드맵이 없어 종합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재활용 인프라가 개선돼야 한다. 현재 폐플라스틱 수거 작업은 민간과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영세기업이고 수작업으로 선별 중이어서 한계가 있다. 또한 양질의 폐플라스틱 원료 수급을 위한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수거하는 폐플라스틱 품질이 낮아 해외 폐플라스틱을 수입해 재활용하는 것은 진짜 문제다. 재활용 가능성이 높은 원료(PET, PE, PP 등)를 별도 수거·선별하는 시스템이 빨리 구축돼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 친환경 소비가 MZ세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바이오 플라스틱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관련 기준이 모호해 혼란스럽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4만t 정도로, 전체 플라스틱 시장의 0.5%다. 바이오 플라스틱 중 생분해 플라스틱은 천연물 계통(PHA·PLA)과 석유 계통(PBAT·PCL)으로 나뉜다. 특히 옥수수·사탕수수 등을 활용한 PLA 소재는 빨대와 칫솔 등 생활 제품에 많이 쓰이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60도 안팎 온도에서 6개월 이내에 90%가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대신 일반 플라스틱보다 값이 3배 정도 비싸다. 기업들은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에 뛰어들면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바이오 플라스틱 관련 평가·인증·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한 석유화학·수소연료 재활용을 허용할 계획이다. 업계는 애매했던 바이오 플라스틱, 폐플라스틱에 대해 구체적 기준이 생긴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하고 있다. 국내 업계가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인센티브 개발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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