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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곤충의 습격

남도영 논설위원


특정 곤충이 갑자기 불어나는 현상을 ‘대발생’이라고 한다. 2020년엔 수도권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잇따라 발견됐다. 정수시설과 수도관 정비가 부실해 깔따구 번식을 막지 못했다. 2017년 여름엔 서울 도봉구와 강북구 일대에 ‘하늘소의 습격’이 있었다. 2~3년 전부터 도봉산과 북한산 일대 참나무와 밤나무가 병해충에 걸려 약해졌는데, 하늘소는 이런 약한 나무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나무가 병드니 하늘소가 늘어나 인가로 내려왔다. 독성이 강해 산림에 큰 피해를 주는 매미나방, 나뭇잎을 좀먹는 대벌레, 과수원을 초토화시키는 꽃매미도 수시로 등장한다.

요즘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러브 버그’로 불리는 털파리과의 곤충이 떼를 지어 출몰했다. 독성도 없고 전염병도 옮기지 않는다. 하지만 징그러운 모습에 사람들은 기겁한다. 미국에서는 러브 버그가 오래전부터 귀찮은 곤충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후드와 앞 유리에 부딪혀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러브 버그를 퇴치하는 34가지 방법’과 같은 정보들도 유통된다. 러브 버그는 밝은색을 좋아해 어두운색 옷을 입는 게 낫다거나 감귤류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감귤류 냄새가 나는 양초를 켜라는 식이다.

인간은 해충을 박멸하기 힘들다. 살충제를 써도 내성을 가진 개체는 살아남아 몇 년 지나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인간의 박멸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는 꾸준히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천적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나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크다. 최근 ‘곤충의 습격’이 잦아졌다. 기후변화가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곤충 유충은 추운 겨울에 많이 죽는데, 갑자기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평소보다 많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나무 식생의 변화, 환경오염 등도 영향을 미친다. 곤충은 100만종이 넘는다. 알려지지 않은 종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모기와 같은 해충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생태계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곤충은 함께 살아갈 존재인데, 일반인이 좋아하긴 쉽지 않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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