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슈바이처’로 21년, 가장 낮은 곳 살폈다

제10회 성천상 받는 최영아 전문의
“폭우 속 밥 먹는 것 보고 충격받아”
대학병원 교수직 마다하고 봉사


“의사는 가장 병이 많은 곳에 가야 합니다.”

내과 전문의 최영아(52·사진)씨가 대학병원 교수직을 마다하고 20여년을 노숙인들과 함께 해 온 이유다. 그에게는 ‘노숙인의 슈바이처’ ‘길위의 의사’라는 별칭이 따라 붙어왔다.

최 전문의가 노숙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 이화여대 의대 2학년 때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나간 서울 청량리역에서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길가에 주저앉아 밥을 먹는 노숙자들을 목격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빗물과 국물이 뒤섞인 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분들은 병이 많을 것 같다. 제대로 치료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1년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뒤 본격적인 노숙인 치료 여정을 시작했다. 2002년 청량리역 뒷골목에 ‘밥퍼 목사’로 알려진 최일도 목사와 함께 다일천사병원을 세우고 의무원장을 맡은 것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최 전문의는 병원의 유일한 의사로서 인근 사택에서 생활하며 밤낮없이 노숙인을 돌봤다. 진료 환자는 하루 100명이 넘었는데, 월급은 100만원이 고작이었다.

2004년부터는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있는 요셉의원에서 풀타임 자원봉사 의사로 일했다. 당시 노숙인 자립을 돕는 일이 건강을 지키는 근본 해결책이라는 걸 깨닫고, 2009년 노숙인 지원 사업을 하는 서울역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내에 ‘다시서기의원’을 설립했다. 여성 노숙인 쉼터인 ‘마더하우스’도 열었다. 2016년에는 노숙인들의 재활과 회복을 돕는 ‘회복나눔네트워크’도 만들었다. 2017년부터는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시립서북병원에서 노숙인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JW중외그룹 중외학술복지재단은 노숙인들을 위해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최 전문의를 제10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사회 귀감이 되는 참의료인에게 수여된다.

최 전문의는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를 겪고 나니까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해왔던 일을 지속하면서 새로 계획한 일도 성실히 해 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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