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현대 연극의 표상’ 도전·혁신 큰 족적 남기고 잠들다

연출가 겸 영화감독 브룩 별세
70년간 100편 가까운 작품 연출

EPA연합뉴스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연출가’ 피터 브룩이 별세했다. 향년 97세.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2일(현지시간) 연극·오페라 연출가 겸 영화감독인 브룩이 프랑스에서 별세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영국 출신인 브룩은 현대 공연계의 혁명 같은 존재로 약 70년간 100편 가까운 작품을 연출했다. 관습적 재현을 거부한 브룩의 연출 철학은 후배 창작자들이 더 대담하고 실험적으로 작업하도록 영감을 줬다.

라트비아 출신의 유대계 이민자 부모에게서 1925년 태어난 브룩은 옥스퍼드대학 재학 시절인 43년 ‘닥터 파우스투스’ 연출로 데뷔했다. 20대 초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 조연출을 거쳐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상임 연출가로서 오페라를 연출했다. 브룩은 50~60년대 RSC를 중심으로 ‘리어왕’ ‘한여름 밤의 꿈’ 등 고전 작품부터 ‘마라/사드’ 등 현대 희곡까지 혁신적 연출로 세계 연극계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희고 빈 무대에서 연기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연극의 본질을 찾도록 했다. 베트남전쟁 중인 66년에는 전쟁을 비판하는 연극 ‘US’에서 즉흥적 토론극이라는 참신한 형식을 제시했다. 그가 68년 자신의 연출철학에 관해 쓴 책 ‘빈 공간’은 전 세계 연출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성공의 정점에 있던 70년 프랑스 파리로 거점을 옮긴 그는 철거위기에 놓인 뮤직홀을 파리에서 가장 혁신적인 공연장인 뷔페 뒤 노르 극장으로 탈바꿈시켰다. 71년 국제연극연구소(CIRT)를 설립해 다국적 배우들과 함께 연극의 사회적 의미를 넘어 인류학적 영향까지 탐구했다.

한국에선 LG아트센터의 초청으로 두 차례 공연했다. 2010년 아프리카 수피즘 지도자인 티에노 보카의 생애를 모티브로 쓰고 연출한 ‘11 그리고 12’와 2012년 모차르트 동명 오페라를 자신만의 버전으로 만든 ‘마술피리’다. 브룩은 여배우 나타샤 패리(1930~2015)와 결혼해 프로듀서 겸 연출가인 이리나 브룩과 다큐멘터리 감독인 시몬 브룩 1남1녀를 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