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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정신’ 고려인 주지사, 우크라 항전 상징으로

NYT, 비탈리 김 주지사 집중 조명
SNS로 주민 공포 달래고 단결시켜
미콜라이우서 넉달간 러 공세 막아

고려인 4세인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 비탈리 김 주지사. 김 주지사 텔레그램 갈무리

우크라이나 남부 최전선 격전지인 미콜라이우의 비탈리 김(41) 주지사를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고려인 4세 출신으로 태권도 정신으로 무장한 그가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항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콜라이우는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4개월간 지속된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 이곳은 헤르손과 오데사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옛 소련 당시 조선산업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허브인 오데사로 진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달 22일 러시아군은 이곳에 있는 곡물 저장소에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근처 학교와 5층 건물, 일반 주택 8곳을 강타했다.

NYT에 따르면 미콜라이우 주민들이 공포에 떨 때 김 주지사가 등장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왔습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전황을 전달하며 주민들의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고, 단결시켰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처럼 군복이나 국방색 스웨터 차림으로 영상에 등장해 적이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걸 전하고,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주지사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미콜라이우 주민들을 다독이고, 조국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그는 순식간에 50만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끌어모았다.

김 주지사는 “전쟁 초기에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면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김 주지사의 자연스러운 미소는 ‘러시아 미사일이 우리를 해칠 수는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정신을 꺾을 수는 없다’는 조용한 자신감을 풍긴다”고 전했다.

고려인 4세 출신인 김 주지사는 극도로 불리한 전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로 아버지를 꼽았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옛 소련 청소년 올림픽 농구 선수 출신이자 태권도 사범 자격증을 소지한 태권도 고수라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민주적으로 엄격했다”며 “태권도 수련으로 강인한 정신을 기르도록 나를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NYT는 “김 주지사의 결정과 그가 전달한 자신감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흑해 연안 전체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열망을 좌절시키는 것에 도움을 줬다”며 “미콜라이우는 러시아군에게 최후의 항전을 벌였던 하르키우처럼 우크라이나 항전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김 주지사는 “우리가 승리한다면 푸틴 체제는 무너질 것”이라며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러시아를 (침공 이전인) 2월 23일의 국경으로 되돌려놓고 우리의 모든 영토와 국민을 되찾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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