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세계적 추세… 급격한 U턴은 혼란만

[리셋! 에너지 안보] <2> ‘거스를 수 없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다.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 초기 큰 비용이 들고 간헐적 상황에서만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원 비중 확대에 유럽연합(EU)이 앞장서는 등 신재생에너지가 대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필요한 대표적 발전 수단으로는 원전, 수소, 재생에너지가 거론된다. 이 중 재생에너지와 수소는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에너지기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2030년 에너지산업의 전망에 대한 질문에 ‘재생에너지’ ‘수소’ ‘원자력’ 순으로 전망이 밝다고 답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상용화 노력은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유럽은 친환경에너지 바람의 중심지다. 유럽연합(EU)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을 위해 힘을 쏟았다. 2020년 EU 소속 27개국에서 생산된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8%로 화석연료 발전량(37%)을 최초로 앞질렀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은 갈 길이 멀다. 국제 에너지 연구기관인 엠버(EMBER)의 ‘국제 전력 리뷰 2022’에 따르면 한국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은 2021년 기준 4.7%로 세계 평균(1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장단점 뚜렷한 신재생에너지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합쳐진 용어다. 신에너지는 기존에 쓰이던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에너지와 연료전지 등을 말한다. 재생에너지는 고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뜻한다. 태양광·풍력 등 자연에너지를 변화해 이용하거나 폐자원을 재활용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경우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지속가능성’이다. 자연에너지원을 활용하므로 고갈될 우려가 거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생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를 발생시킬 때 온실가스와 다른 오염 물질을 거의 생성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원에 대한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화석연료 등 자원이 없는 한국의 에너지 자급도는 원자력을 포함해도 15% 이하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원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게 되면 수입 에너지에 덜 의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개발 초기 발전·송전 설비 확충 등에 큰 비용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기존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최대 2배 이상 높다. 한국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려는 국가들은 초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재정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제도를 시행 중이다. RPS는 정부가 정한 비율만큼 에너지 공기업이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사야 하는 제도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5년간 RPS에 지급한 비용이 약 1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단점은 간헐적 상황에서만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는 필요할 때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재생에너지는 태양이 비추고 바람이 부는 등 특정 상황에서만 전력이 공급된다. 이상기후 상황에서는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에너지는 저장이 불가피한데 아직 대용량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기술은 현실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재생에너지는 또 설치 과정에서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등 환경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찬국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면 전기료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발전단가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에너지 전환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요 관리도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야 할 길’이지만 먼 길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등 모든 탈탄소 발전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2030 NDC에 따라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여야 한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20년 기준 6.6%밖에 안 된다. 2018년 6.2%, 2019년 6.5%, 2020년 6.6%로 거의 늘지 않고 있다. 반면 영국 독일 이탈리아는 해당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일본은 18%, 미국은 17%, 프랑스는 20%다.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도 해외기업에 비해 다소 뒤처지고 있다. 올해 초 지속가능성 평가 기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위원회가 발간한 ‘RE100 2021’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RE100 가입 기업 315곳은 연간 전력 소비량의 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지난해 기준 16% 수준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인 상황에서 주요 기업의 RE100 참여나 EU와 미국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현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에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묻지마 신재생에너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각국이 가진 지정학적 위치나 자원 보유량, 인구밀도 등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 신재생에너지 전략도 각국의 상황이나 주어진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은 대표적인 나라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배합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권 달라져도 지속가능해야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된다.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정권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보급 수단이 에너지 정책의 목적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정권 초기 선언한 ‘탈원전’ 기조와 맞물려 정하게 된 선택지였다. 문재인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30.2%로 삼았다.

반면 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무리하게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5일 ‘새 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을 발표하고 문재인정부 정책에 대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입지·수용성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보급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구체적인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5%까지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이슈가 이념적·정치적 문제가 아니며 균형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믹스에서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 어느 한쪽에 치우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장은 “에너지 이슈는 이념적·정치적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되며 국가 경제, 안보 등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해 에너지기본계획을 조기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모든 에너지원에는 각각의 단점이 있고 고통이 뒤따른다”며 “하나의 에너지원에 매몰하지 말고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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