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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 쓸 카드가 없다… 한은 ‘빅스텝’ 가능성 제기

시장선 0.5%P 인상 기정사실화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오름세가 꺾인 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별 힘을 못 쓰고 있다. 결국엔 돈줄을 죄는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처음으로 밟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할당관세 감면 등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취약계층에 대해선 긴급생활지원금과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지원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물가 상승은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국외 변수가 작용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제 남은 카드는 기준금리 인상뿐이다. 시장에선 이미 한은의 빅스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외환위기 수준의 매서운 물가 상승세를 감안할 때 0.25% 포인트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달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인 3.9%를 찍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은의 빅스텝을 재촉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급등은 수요 증가와 임금 상승 등으로 이어져 실제 물가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5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임금과 물가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우려도 빅스텝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는 0∼0.25% 포인트로 사실상 금리 차가 사라진 상태다. 미국이 한국보다 기준금리가 높아질 경우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증시와 채권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만약 한국이 오는 13일 0.25% 인상에 그친 뒤 미국이 오는 26~27일(현지시간) 0.5% 포인트 이상 인상한다면 한·미 금리 수준은 역전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유류세도 내렸고, 기업에 임금 인상에다 물건값 인상 자제까지 요청하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며 “이제는 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이자 부담을 늘리면서 가뜩이나 고물가에 힘든 사람들의 허리를 더 휘게 한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총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증가한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회복 중인 소비 심리를 다시 위축시키고 기업 대출 부담까지 늘리면서 경기 둔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기자, 세종=신재희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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