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외부 기관이 판결 다시 심사할 수 없다” 헌재에 반박

수십 년째 이어온 한정위헌 갈등
법률 해석 적용·권한 놓고 충돌
법조계 “영역 다툼… 국민만 피해”

국민DB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대법원 재판 취소 결정’을 두고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외부 기관이 그 재판의 당부를 다시 심사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대법원은 재판 취소 전제가 된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서도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는 간섭”이라고 표현했다. 두 헌법기관이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놓고 벌인 뿌리 깊은 갈등이 재점화된 모습이다.

대법원은 6일 오후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문’을 냈다. 법 해석과 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인 만큼 헌재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게 입장문의 골자다. 대법원은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힌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도 위헌”이라며 대법원 재판을 취소했을 때에는 공식 반응을 자제했었다.

두 기관이 충돌하는 건 한정위헌이 법 조항의 해석을 놓고 위헌을 선언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식인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률을 구체적 사건에 해석·적용하는 일은 법원의 과제”라는 태도를 취해 왔다. 쉽게 말해 헌재가 내린 한정위헌 결정이 독립된 법원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날 입장문에서도 대법원은 “합헌적 법률 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가 역대 두 번째 법원 재판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도 대법원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법원의 판단을 헌재가 다시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면 헌재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입법작용 및 법원의 사법작용 모두에 대해 통제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에 따르지 않고 판결할 경우 헌재가 다시 최종적으로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한정위헌에 대한 두 기구의 입장차는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 1997년 이길범 전 신민당 의원의 세금소송 사례를 놓고 헌재가 처음으로 법원 재판을 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낌새를 포착하고 대책을 수립한 일도 있었다. 2016년부터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잠잠해졌지만 지난달 30일 헌재가 한정위헌을 이유로 법원 재판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 기관은 개별사건을 두고 산발적인 논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양쪽의 해석이 다르다는 것은 끝없는 물음을 남기게 된다’는 말이 나온다. 청구인이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 청구를 할 것인데, 이때 법원이 독립적 판단에 따라 또 기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청구인은 다시 헌재를 찾을 수도 있다. 누가 어떻게 갈등을 매듭지을 것인지 법률가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와 대법원의 법령 해석 영역 다툼으로 인해 사법 서비스를 받는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격”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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