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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사람들’ 줄사표 신호탄?… 홍장표 사의 파문

입장문 내고 ‘사퇴 종용’ 정면 비판
권성동 “알박기 인사의 궤변” 일축
황덕순 노동연구원장도 사의 밝혀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던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6일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사퇴를 종용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 원장을 필두로 임기가 남은 전 정부 때 임명된 국책연구원장들이 줄줄이 사표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 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고 저의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며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홍 원장과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거론하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윤석열정부와 너무 안 맞는다”는 게 이유였다. 홍 원장은 “이런 발언은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KDI 원장으로 부임한 홍 원장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그간 정권이 바뀌면 국책연구원장들은 자진해 사표를 내는 것이 관례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말에는 김준영 당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등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당시에도 국책연구원장의 사퇴가 정권 교체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와 독립성을 스스로 저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지난해 임기를 1년 앞둔 문재인정부가 국책연구원장을 대거 교체할 때는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날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도 사퇴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과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상징적 인사로 꼽히는 만큼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은 문재인정부 때 선임된 공공기관장에 대해 사퇴 압박 강도를 높여 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홍 원장의 입장문을 두고 “궤변”이라며 “홍 원장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 알박기 인사들은 모두 명심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이념으로 민생을 망쳤다면 책임지고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백운규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기관장에 대한 사퇴 종용으로 수사하는 정부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에게는 사퇴를 종용하고 있으니 정말 이율배반적”이라고 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정치권의 과도한 사퇴 압박이 불필요한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총리나 여당 원내대표가 나가라고 압박하면서 좋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며 “이런 식으로 쫓겨나가는 모습은 갈등만 키울 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권민지 기자, 정현수 오주환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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