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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미래가 아니다” 진보 경제학자의 비판

[책과 길]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
김공회 지음, 오월의봄, 256쪽, 1만6000원


“1800년 언저리부터 서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한 가지 독특한 주장이 등장했다. 사람이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적 자원을 사회가 그 구성원 모두에게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처음 출현한 이후 20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것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기본소득은 바로 이러한 전통의 연장선에 서 있다.”

김공회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책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은 기본소득이 새로운 생각이 아니라 낡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기본을 보장하라”는 이 매력적인 생각은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대중의 삶이 위태로워질 때마다 반복해서 불려 나왔으며 번번이 수용되지 못했다. ‘기본’이라는 요구는 임금노동 체제의 확립을 통해, 국가의 적극적 복지 정책을 통해, 소득세제를 통한 재분배를 통해 흡수돼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다시 격렬하게 제기되는 기본소득론은 네 번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저자는 비관적일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고 본다. 기본소득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기에는 구태의연하고 허술한 무기”라는 것이다.

노인기초연금, 아동수당, 청년수당 등 국내에서 늘어나는 기본 정책들을 장차 ‘완전한’ 기본소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품은 맹아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기본소득론이 가지고 있는 ‘기본’의 취지가 현대 복지국가의 틀 안에서 받아들여 지는 형식일 따름이다.”

이 책은 진보 경제학자의 기본소득 비판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본소득의 역사를 그 뿌리부터 조명하면서 ‘기본’ 개념이 가진 힘과 한계를 살핀다. 1980년대 이후 재구성된 현대적 기본소득 개념을 검토하며 약점들을 짚어낸다. 기본소득 지급 이후의 빈곤과 불평등은 어떻게 다룰 것인가, 재원 ‘징발’과 관련해 전지전능에 가까운 국가의 역할을 상정하면서 보편 지급의 명분으로 무기력한 국가를 드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결정적 질문은 이것이다. 기본소득제가 복지국가보다 과연 우월할까. 기본소득론의 문제의식은 복지국가가 정말 품지 못하는 것인가.

저자는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는 복지국가를 강화하는 것이 더 낫고,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과세를 강화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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