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국가부도는 일대일로 탓?… 中 “우리 잘못 아냐”

통치기간 동안 中 대규모 사업
돈 빌려 항구·국제공항 등 건설
내부선 “재정 낭비로 곤경 처해”

현지 경찰이 콜롬보에 있는 총리 집무실을 점거한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쏘고 있는 장면. AP연합뉴스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궁에서 도망친 뒤 사임을 선언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전 군용기를 타고 몰디브로 향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스리랑카를 두고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던 것이 국가 부도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자팍사 가문은 약 20년 가까이 스리랑카에서 집권했다.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통치했으며 동생 고타바야가 2019년부터 대통령직을 맡아왔다. 이들이 통치하는 동안 스리랑카에서는 중국이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 진행됐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도입해 2010년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스리랑카는 함반토다 항구 건설 과정에서 진 14억 달러(1조8284억원)의 빚을 갚지 못해 중국항만공사에 99년 동안의 운영권을 넘겼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인도양에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게 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항구 주변에는 중국이 후원하는 거대한 회의 센터도 건설됐다.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회의 센터는 1550만 달러(202억원)가 들어갔지만 완공 뒤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함반토타에서 18㎞ 떨어진 곳에는 중국으로부터 2억 달러(2612억원)의 대출을 받아 건설한 마탈라 라자팍사 국제공항이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공항은 한때 전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이용객이 적었다.

수도 콜롬보에서는 두바이와 같은 금융 중심지를 목표로 하는 인공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크기만 665에이커(269만1159㎡)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 또한 중국이 14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SCMP는 이 인공섬 프로젝트가 ‘숨겨진 부채 함정’이라고 지적한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2020년 1월 3일 수도 콜롬보에서 열린 의회 개회식에서 연설한 후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최근 인근 몰디브로 도피했다. AP연합뉴스

라자팍사 가문이 스리랑카에서 진행해온 사업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에 협력하며 진행된 것이다. 일대일로는 고속도로, 철도, 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 지원을 통해 중국과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을 잇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중국의 세력 확장 방안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는다.

스리랑카의 국가 부도 사태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중국은 빠르게 반박에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 게재한 사설에서 “스리랑카 정부의 대외부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중국이 스리랑카 부채 문제의 원인이라는 이야기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SCMP는 “전문가들은 스리랑카의 국영기업과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채무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금액은 10%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내 싱크탱크인 아드보카타 연구소의 무르타자 자페르지 이사장은 SCMP에 “수십 년에 걸친 재정 낭비와 약한 통치로 우리는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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