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식 기자의 신앙적 생각] 청교도 신앙에 기반한 미국이 동성애·낙태 옹호로 흔들린다

60년대 세속화 물결이 지금도…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 미국에는 전 사회적으로 자유주의적 세속화 물결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을 연상시킨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 브라운 채플 AME 교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AP뉴시스

지난주 토요일 동성애자들이 모인 ‘퀴어축제’에 난생처음으로 다녀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엔 매년 열렸고, 열릴 때마다 큰 논란이 일었던 행사다. 물론 3년 만에 열린 이번에도 논란은 여전했다. 그동안 기자는 이 말 많고 탈 많은 행사를 그냥 모르는 체했다. 기본적으로 행사의 모습과 저들이 표방하는 가치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혐오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시가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일이어서 현장에 가야만 했다.

직접 현장에서 문제의 행사를 보니 낯설었고 충격적이었다. 저마다 난해하면서도 선정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었고, 분명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필자를 가장 크게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따로 있었다. 이달 신임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한 필립 골드버그가 무대에 올라 행사의 옹호 연설을 한 것이다. 그는 “누구도 두고 갈 수 없다”며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미국의 헌신’이라는 말까지 꺼냈다. 골드버그 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필자는 대사의 언행을 보고 미국이란 나라의 현실을 새삼 실감했다.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역사를 좋아하는 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접했던 그 청교도 신앙에 기반한 미국이 아니었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은 자유주의적인 세속화 물결이 급진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로마가톨릭 신자인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적인 기독교 신앙관에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크게 옹호하고 있다. 그 가치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에 기반해 전통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 정책들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동성애 트랜스젠더 낙태 옹호가 그것이다.

바이든은 개인의 평등 증진과 성소수자 보호 등을 명분으로 최근 ‘동성애 전환치료 금지법안’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았던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도 허용했다. 백악관 대변인 및 장·차관 같은 주요 자리에 동성애자들과 트랜스젠더들을 임명했다. 얼마 전엔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한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낙태가 허용되는 주(州)로 임신부가 이동해 수술받는 것을 보장하는 행정명령을 내놓기도 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이렇다 보니, 미국 사회 전반적으로 세속화의 물결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일렁이는 분위기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대를 연상케 한다. 바이든처럼 케네디도 로마가톨릭 신자였다. 그가 취임한 이후 미국 사회에선 굳게 지켜져 온 기독교적 가치관이 크게 사라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우선 ‘정교분리’ 원칙이 확립됐다. 그는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종류의 교회를 믿느냐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미국을 믿느냐다. 나는 정교분리가 분명한 미국을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종교적 배경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파급력은 미국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정교분리 원칙 확립 이후 미국 공립학교에서 기도가 전면 금지됐고, 공공건물에 있던 십계명 조각이 제거됐다.

상술했듯 미국은 청교도 신앙에 기반을 둔 건국 이념을 갖고 탄생한 나라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취임 선서엔 성경에 손을 얹었다. 아직도 미국 사회 곳곳엔 기독교적 가치관이 남아있고, 기독교 인구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이든 시대, 60년대처럼 그 어느 때보다 영적 도전이 강하게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유럽처럼 문란한 세속화가 일반적인 양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성경을 기반으로 본다면, 이의 결과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참혹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를 해본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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