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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허위과장 광고 대(對) 허위사실 유포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


1990년 9월 맥도날드는 영국 런던 그린피스 소속 무정부 운동 활동가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활동가들이 ‘맥도날드 무엇이 잘못됐나?’라는 전단지를 배포했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맥도날드가 제3 세계를 굶주리게 하고, 직원들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을 학대하고, 어린이를 착취했다”는 내용을 전단지에 담았다.

이들 중 3명은 맥도날드 측에 사과했다. 그러나 헬렌 스틸과 데이브 모리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언론은 이 재판에 주목했다. 엄청난 소송 비용을 후원하기 위한 ‘맥도날드 명예훼손 재판 후원 캠페인’이 일어났다. 재판 준비 3년6개월, 증인 80명, 실제 재판 2년6개월. 영국 사법 역사상 가장 길었던 재판이다. 제품 포장과 쓰레기, 노동자와 어린이 착취, 영양과 건강 등 기본적 사실에 대해 양측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사실을 해석할 때마다 충돌했다. 헬렌 등은 맥도날드가 판단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린아이를 장난감으로 유혹하고, 마치 건강에 좋은 음식인 것처럼 광고해 다량의 햄버거를 먹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맥도날드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글로벌 경영을 하는 다국적기업은 로컬마다 특화된 광고를 할 수 있고, 글로벌하게 광고할 수도 있다고 항변했다.

1997년 6월 19일 저스티스 벨 판사는 드디어 판결을 내렸다. “맥도날드가 제3 세계를 굶주리게 했다.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사용해 중앙아메리카 열대우림을 방대하게 훼손시켰다”는 주장은 기각했다. 반면 “맥도날드가 좋은 영양을 공급하는 것처럼 광고해 어린이를 유혹했다. 노동자들에게 적은 임금만을 지급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맥라이벨(McLibel)’로 불린 맥도날드 명예훼손 재판 이후 세상도 변했고 맥도날드도 변했다. 그러나 근대사회는 그 자체가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의 산물이다. 맥도날드화가 계속되는 한 맥라이벨도 끝나지 않았다. 내일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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