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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상처 입은 한 사람 안 보이나

강창욱 이슈&탐사팀장


엉터리 심리상담 실태 고발(심리상담 X파일) 시리즈를 지난달 중순 마무리했지만 보도 사례의 몇몇 당사자와 지면 밖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느라 최근까지도 그 영역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한 심리상담사는 자신이 치료 목적으로 했다는 행위의 정당성만 주장할 뿐 상담 중에 다쳤다는 내담자의 마음은 여전히 헤아리지 않았다. 우리(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거나 왜 우리(나)만 걸고넘어지느냐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허위 보도라며 기사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방어에 급급했다.

심리상담 분야 종사자들의 이런 태도는 취재 과정에서도 여러 번 겪었다. 문제 사례에 대해 의견을 구하려고 접촉했던 한 전문가는 내담자가 받은 상처보다 보도에 언급된 자신들의 심리치료기법이 부정적으로 비칠 것을 먼저 우려했다. 그는 이메일 회신에서 해당 기법이 (무자격자에게 사칭 당한) 또 다른 피해자라고 했다. 사칭 행위에 대해서는 미국 본부와 함께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 치료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게 아닌데도 굳이 “상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놀라운 치료기법”이라고 강조했다. 내담자에 대한 걱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본보는 치료 적절성 등을 문의하려고 해당 기법 창시자인 미국 심리학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었다. 보도 시점까지 회신이 없어 기사에는 질의한 사실만 먼저 언급했다. 답변이 오면 후속 보도로 전할 생각이었다. 한국 측 전문가는 이걸 갖고도 “편지의 내용이 주제에서 벗어난 것 같다. 사칭해서 한 행위에 대해 그가 답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신 방어막을 쳤다. 취재팀 질의가 부적절했다는 투였다. 정작 심리학자 측은 시일이 걸리긴 했지만 6개 질문에 모두 성의 있는 답변을 보내왔고 서두와 말미에 “알려줘서 고맙다”고 거듭 사의를 밝혔다.

정신과 의사들이 더 심한데 왜 심리상담사만 문제삼느냐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이 전문가는 “의사 자격증이 있는 정신과 의사에 의한 내담자 피해도 많다”며 심리상담사 자격증 남발에 의한 내담자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들이 내담자들을 마약과 유사한 약물을 써서 중독에 빠지게 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후속 보도에서 다뤄 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의사들이 이 소릴 듣는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문제 제기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심리상담 피해에 대한 자문에는 적절하지 않은 대답이다.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정 상담치료기법 시범을 보여주기로 한 전문가가 돌연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게 됐다”며 약속을 취소한 일도 있었다. 그는 문자 메시지로 ‘개인적 사정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설명했다. 나중에 사정을 들어보니 본보가 취재 중인 문제 사례의 당사자 중 한 명이 한 다리 걸쳐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취재팀 기자에게 “정말 좋은 취지인 건 잘 알겠는데 제가 여기서 언급을 하는 것에 좀 부담되는 부분이 생겼다”며 거듭 사과했다.

사람 마음을 다루는 이들의 선한 의지를 기대했던 취재팀엔 이 모든 반응이 실망스러웠다. 심리상담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위로, 자성에 인색한 그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심리상담 전문가들이었다. 한 현장 상담사는 문제 사례를 보도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는 “저 사람들은 상처 입은 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건가”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상담사를 비난할 뿐 내담자에 대한 공감이 없다는 점을 그는 안타까워했다. 왜 이런 걸 기사화하느냐는 전문가들은 이 한 명의 상담사만 못한 것이다.

강창욱 이슈&탐사팀장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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