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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대위로 가는 국민의힘, 뼈 깎는 성찰·혁신 선행돼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지도체제가 또다시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배현진 의원이 최고위원을 사퇴해 당내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의 체제 전환 요구가 나와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31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현재 당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며 쇄신을 위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앞 모습.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직무대행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지금 체제로는 당을 제대로 이끌 수 없으니 새로운 지도 체제를 찾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권 창출에 성공한 집권여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는 이런 비정상적 사태가 정당 내부의 일로 끝나지 않고 국정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나라 안팎에서 몰아치는 파고에 경제·안보가 위기에 놓였고 서민의 삶은 어려워지는데 국정을 이끌 동력은커녕 짐만 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정상 상태가 아니다. 이준석 당대표는 성상납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뒤 전국을 떠돌고 있다. 그러면서 SNS에 양두구육, 간장불고기, 골룸 같은 조롱성 메시지를 쉬지 않고 올린다. 권 직무대행은 거친 말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를 거듭하더니 윤 대통령과의 문자메시지가 포착되면서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는 개인적 이해만 좇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국가의 미래를 그리는 비전이나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밤새 토론해도 시간이 모자란데 모이면 서로를 탓하고 비난만 한다. 국정에 문제가 생기면 이전 정부 책임론만 외칠 뿐 국민의힘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가닥을 잡았지만 갈등이 해결된 게 아니다. 벌써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규정한 당헌·당규 수정을 놓고 싸움이 시작됐다. 비대위원장은 누가 할 것이며, 전당대회를 언제 여느냐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급한 마음에 지도 체제를 바꾸기로 했는데 권력 싸움을 그만둘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집권 여당의 자멸은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지를 파악하는 철저한 자기성찰이다. 과거에 했던 그대로 대통령 주변을 맴돌며 자리싸움만 하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치공세로 치부할 게 아니라 내 사람 심기에 급급해 ‘공정과 상식’을 저버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아직 출발선에서 멀리 가지 못했다. 해야 할 일도 많다. 싸움을 당장 그만두고 뼈를 깎는 마음으로 혁신에 나서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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