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할머니들이 서로의 몸에 쇠사슬을 두른 이유

기독교 환경 NGO ‘CCA’ 소속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중단 요구
주요국 크리스천 환경 단체들
기후위기 대응 한목소리 힘 얻어

크리스천 기후행동(CCA) 소속 할머니들이 지난달 말 영국 런던에 있는 바클레이즈 은행 로비에서 몸에 쇠사슬을 두른 채 ‘바클레이즈는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멈춰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CCA 제공

지난달 중순, 영국 런던 시내에 있는 바클레이즈(Barclays) 은행의 한 지점 로비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 5명이 들어섰다. 이들은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연결해 두른 뒤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각자 플래카드를 들어 보였다. 카드에는 ‘바클레이즈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멈추라’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 할머니는 급진 성향의 기독교 환경 NGO인 크리스천 기후행동(CCA·Christian Climate Action) 소속 회원들이다. 영국 최대 은행인 바클레이즈는 유럽 최대의 화석연료 투자자로 꼽힌다. 회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면) 당장 화석연료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나는 내 손주들을 위해 여기에 왔다”고 외쳤다. 이들 할머니는 경찰에 즉각 연행됐다.

다소 과격하다고 할 만한 이 같은 활동은 심각한 기후변화 위기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폭염과 폭우, 홍수와 가뭄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기후 재난이 이미 도래했다는 분석도 많다. 미국은 기후 비상사태 선포까지 고려하는 가운데 주요국들의 크리스천 환경운동 단체들의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CCA의 경우, 영국성공회 회의가 열리는 장소에서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유류 저장고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들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구금되는 일도 발생하지만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 CCA 활동가들은 “(교회와 성도들은)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변화 재난을 예방하고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이 살기 좋은 지구로 보전하는 데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마을은 1년 새 두 차례 큰 홍수를 겪은 뒤 교인과 주민들이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역 토박이인 오빈 블레이크맨 목사는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신앙 공동체에서는 자연재해와 그 원인에 대해 약간의 분열이 있다”면서 “하지만 빈번한 홍수 발생으로 (교인·주민 간) 대화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지역교회 목사와 교인, 환경운동가, 연구원 등 40여명이 기후변화 관련 회의를 열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교계의 이슈 제기는 전 세계 교회연합기구 의제로도 다뤄진다. 이달 말 독일 카를루스에에서 개최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1차 총회에서도 세계 교회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논의된다.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따른 교회 역할론도 나온다. 미국 버지니아주 노스사이드처치의 선교 책임자 레이션 그레이브스는 최근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기고한 글에서 “기후 변화는 그리스도인에게 이웃 사랑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상 이변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에 후진국이나 저개발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한 데 따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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