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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요” 예비 학부모 93%, 학제개편안 반대

국민일보·종로학원, 학제개편안 설문
“월령 격차” “학교가기 너무 어려”
사교육 심화·명문초교 쏠림 우려도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가 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한 집회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예비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내용의 학제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학급에 최대 15개월 월령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을 수용하기 어렵고, 7세(만 5세)가 초등학교 학습을 받기엔 아직 어리다는 점 등이 주된 반대 이유로 꼽혔다. ‘속도 조절’ 같은 대안 마련보다 학제개편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국민일보와 종로학원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취학아동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관련 설문조사에서 93.2%(191명)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찬성은 6.8%(14명)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는 2016~2022년생 자녀를 둔 예비 학부모 205명이 참여했으며, 교육부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2025~2028년 매년 3개월씩 조기 입학시키는 ‘3개월 4년’ 방안을 기준으로 물었다.

반대 이유로는 ‘한 학년에 서로 다른 연령대가 있어 발달과정상 부적합하다’는 응답이 31.4%(60명)로 가장 많았다. ‘만 5세는 학교 다니기에 너무 어리다’도 29.8%(57명)로 그 뒤를 이었다. 최대 15개월 차이 나는 아이들이 섞일 경우 자녀의 적응이 힘들 것이란 우려가 큰 것이다. ‘준비 부족으로 혼란만 야기’ 17.8%(34명), ‘조기 사교육 조장, 학습부담’ 15.2%(29명), 기타 5.8%(11명) 순이었다.


서술형 답변에는 현재 아이를 키우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한 예비 학부모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많이 써 발달이 느리다. 교사들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썼다. “아이가 난청이라 학교에 가면 와우기계 관리를 스스로 해야 한다. 언어 발달을 간신히 정상 수준으로 맞췄는데 조기 입학은 어렵다” “왕따와 학교폭력, 성적 문제가 발생할 것” “유치원에선 친구, 학교에선 형·누나가 되는 아이들로선 큰 혼란”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공교육 강화라는 정부 의도와 달리 사교육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7세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조기 사교육 붐을 일으킬 것” “8세도 겨우 적응시켜 보냈는데 7세라니 사교육이 더 판칠 것” 등이다. 느닷없는 발표에 당혹스러워하는 반응도 많았다. “갑작스러운 발표로 아이들의 입학연도가 바뀌었다. 가족의 인생 계획도 틀어졌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독단적 실험, 아이들 1년은 그냥 1년이 아닌 우리 사회의 12년, 30년, 100년”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정책 추진 시 개선 방향’에 대한 질문에 ‘정책 폐기, 기존 정책 유지’ 응답이 46.3%(95명)로 절반에 가까웠다. 교육부는 학제개편안이 예상보다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 시기를 당기는 ‘1개월 12년’ 방안을 거론하는데, 예비 학부모들은 아예 추진해서는 안 될 정책으로 여기는 것이다. ‘교육의 질을 개선할 방법을 함께 제시해야’ 16.1%(33명), ‘충분히 검토 후 시행’ 14.1%(29명), ‘진행하되 시간을 갖고 천천히 추진’ 4.9%(10명) 등을 모두 합쳐도 정책 폐기 답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학제개편안을 강행하면 명문 초등학교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걱정도 있었다. ‘조기 입학 시 명문 초등학교 선호도가 높아질 것인가’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응답은 각각 42.9%(88명)와 9.3%(19명)였다. ‘매우 아니다’ ‘아니다’는 각각 20.5%(42명), 7.8%(16명)에 그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예비 학부모들의 반발 강도가 예상보다 큰데, 단순히 대입이나 취업 등에서 자녀들이 받을 불이익보다는 자녀를 키워본 경험을 바탕으로 7세 입학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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