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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으로 방향타 꺾는 해운사… 속도 낮추고 연료 바꾼다

탄소 배출량 전 세계의 3% 달해
엔진출력제한장치 달거나 개조
LNG·수소 등 친환경 선박 대체


전 세계 제품 운송 중 80%는 바다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물동량 증가로 해운업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그만큼 탄소배출량도 늘고 있다. 해운업은 매년 11억t의 탄소를 배출하며 이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에 달하는 양이다. 탄소 배출국 6위인 독일에 맞먹는 수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와 ‘넷 제로’ 기조가 강해지면서 해운업계에도 탄소 감축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전 세계 해운업계에서는 기존 선박을 개조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등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대체하려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현재 운항 중인 국제항해선박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위해 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를 도입한다. EEXI는 2013년 이전에 건조된 400t 이상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 감축하도록 하는 조치다. CII는 선박이 1년간 1t의 화물을 1해리(1.852㎞) 실어 나르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집계해 A(높은 등급)부터 E(낮은 등급)까지 5단계 등급을 매기는 제도다. 선박들은 3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E등급을 한 번이라도 받을 경우 개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물류를 이용하는 기업들의 탄소 감축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아마존, 이케아, 유니레버, 미쉐린 등은 국제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이 ‘0’인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만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해운사들이 탄소 감축을 위해 선택하는 한 가지 방법은 우선 기존 선박 운항속도를 낮추거나 엔진출력을 제한함으로써 항해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다. HMM과 팬오션 등 국내 대형 컨테이너·벌크 선사들은 엔진출력제한장치를 달거나 선박 개조를 통해 선박 운항속도를 낮추고 있다. HMM은 저유황유 대체, 스크러버 설치 등 기존 보유선박에 대한 단기 대응을 완료했다. 또한 한국선급은 중·소형 선사들을 대상으로 환경규제 관련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벙커C유, 고유황유 등 기존 탄소배출량이 높은 연료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 연료 사용 선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2020년 이후 발주한 대형 컨테이너선 전량을 LNG, 메탄 등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선으로 채우고 있다. HMM도 최근 중장기전략발표를 통해 새로 발주하는 모든 선박을 친환경 대체연료 사용 선박으로 채운다고 밝혔다.


조선업계에서도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발주량 중 대체연료 추진선 비중은 32.7%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 중 대체연료 추진선 비중도 2017년 2.2%, 지난해 3.9%에 이어 올해는 4.5% 수준에 달한다.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 안에 이 수치가 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올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한 선박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중연료추진선박이기도 하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한 LNG운반선 20척, 컨테이너선 6척 등 선박 26척 모두 이중연료추진선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탄소 감축을 위해 바람의 힘으로 배를 운항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스웨덴의 선박 제조사인 ‘왈레니우스 마린’은 스웨덴 연구기관인 SSPA, 스톡홀름 왕립공대와 공동으로 기존 엔진 대신 거대한 날개를 장착한 새로운 화물선 ‘오션버드(Oceanbird)’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개발하고 있다. 오션버드는 다른 화물선에 비해 이산화탄스 배출량을 최대 90% 감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 등 차세대 ‘무탄소연료’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령 머스크는 2030년부터 모든 선박을 메탄올선과 바이오연료선 등으로 발주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암모니아의 경우 독성 문제가 있고, 메탄올은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며, 수소는 가격이 비싸고 상용화가 어려운 등 각 연료마다 장단점이 있다”면서 “향후 지역별로 유럽은 메탄에, 아시아는 수소·암모니아에 주력하는 등 차세대 연료 개발 양상도 두세 가지로 다양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단기적으로 선복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에서는 친환경 선박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곧 해운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환경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미리 대비하지 못한 해운사는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규제로 인해 선복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2024년부터 대규모 선박 발주량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의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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