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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한자루로 거사에 나선 안중근… “청춘은 정말 찬란하구나”

장편소설 ‘하얼빈’ 출간한 김훈
학생때 안중근심문조서 읽고 충격
이토 사살하기까지 일주일 조명

김훈 작가가 3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자신의 새 장편소설 ‘하얼빈’ 출간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제가 젊었을 때부터 쓰고 싶었던 소설입니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3일 열린 장편소설 ‘하얼빈’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훈(74)은 이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몸이 아팠고 올봄에 회복됐다. 병을 통과하면서 안중근 소설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를 때렸다고 한다.

김훈은 “1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해 6월에 끝났다. 놀랍게 빨리 끝냈다. 완성도보다도, 덜 만족하더라도, 빨리 끝내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애초의 구상을 많이 줄여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 안중근 심문 조서를 읽고 말 못 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인간의 사상이란 매우 무질서하고 혼잡한 것이겠지만 혁명에 나서는 몸가짐은 이렇게 가벼운 것이구나, 발딱 일어서는 것이구나, 이것이 혁명의 추동력이고, 삶의 격정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김훈은 “안중근 심문 조서와 이순신 ‘난중일기’가 그 시절 나를 사로잡았다. 그 두 책이 결국 제 생애를 지배했다. 책이라는 게 인간의 생을 지배할 수도 있구나, 그렇게 가끔 생각한다”고 했다. 이순신이 주인공인 소설 ‘칼의 노래’가 김훈의 대표작이다.

‘하얼빈’은 두만강 끝 러시아령 연추에 머물던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가 만주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하얼빈을 향해 떠나는 1909년 10월 19일부터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사살한 26일까지 1주일을 집중적으로 그린다.

그는 “안중근에 대한 책이 엄청 많다. 한결같이 그의 민족주의와 영웅성에 초점을 맞춘다. 제 소설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안중근의 청춘 영혼 생명력을 소설로 묘사하려는 게 제 소망이었다”고 했다. 이어 “소설을 쓰면서 가장 신바람 나고 행복했던 순간은 안중근과 우덕순이 블라디보스토크의 허름한 술집에서 만나 얘기하는 장면”이라고 했다.

“열흘 후 이토 히로부미가 온다는 데 죽이러 가자, 그래 가자, 그랬어요. 서른 살 먹은 두 젊은이가 이 일을 왜 해야 되느냐, 대의명분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다음 날 아침 하바롭스크 역에서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갑니다. 이 대목이 가장 놀랍고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젊은이다운 에너지가 폭발한 것이죠. 바람처럼 가볍게 했어요. ‘청춘은 아름답다’는 이럴 때 할 수 있는 말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김훈은 총 한 자루로 거사에 나선 안중근의 이해하기 어려운 에너지를 ‘청춘’이란 말로 포착하려는 듯했다. 그는 “청춘은 정말 찬란하구나, 청춘이란 더 나이를 먹어 완성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순간에 이미 완성돼 폭발하는 것이구나, 그걸 느꼈다”고 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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