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아성’ 캔자스의 반란… 주민투표로 낙태권 옹호

바이든, 이동 환자 지원 행정명령
중간선거 패색 짙던 민주당 ‘반색’

미국 캔자스주 오버랜드 파크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주 헌법 개정 주민투표에서 낙태권을 종전대로 유지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여성들이 서로 끌어안고 포옹하고 있다. 이날 캔자스주에서 열린 주 헌법 개정 주민투표에서 유권자들은 낙태권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현재 캔자스주 헌법은 임신 22주까지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미국 캔자스주 주민들이 대표적인 보수 어젠다인 낙태 반대 주장에 퇴짜를 놓았다. 주정부가 주 헌법에서 낙태권 보호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주민투표에 부치자 압도적인 반대를 표명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3일(현지시간) 캔자스주의 개헌안이 찬성 42.2%대 반대 58.8%(개표 90% 시점)로 주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행 캔자스주 헌법에는 2019년 주 대법원의 낙태권 보호 판결에 따라 임신 22주까지의 낙태를 합법으로 인정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번 주민투표는 지난 5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호 조항 폐기 판결을 내린 후 주 차원에서 실시된 첫 투표로, 오는 가을에는 켄터키 캘리포니아 버몬트 등이 같은 형태의 주민투표 실시를 예고한 상태다.

NYT는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압도적인 통과를 예견했던 이번 주민투표로 낙태권은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대다수 미국인들이 보호해야 할 가치로 여긴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조 바이든 대통령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연방 보건복지부에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지원제도) 재원을 사용해 낙태를 위해서 다른 주로 이동하는 환자를 지원토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두 번째 낙태권 지지 행정명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낙태권 문제를 중간선거의 새로운 이슈로 삼으려는 민주당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수십년 동안 낙태권 폐기를 내세워 왔던 공화당으로선 캔자스 주민투표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으로선 공화당을 공격하고 유권자들의 지지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을 갖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에도 낙태권은 패색이 짙었던 11월 중간선거를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거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직후 TV방송 연설을 통해 “연방대법원은 20세기 이후 낙태권을 합법적으로 지켜온 미국 여성 전체를 외면하면서 아무런 해결의 실마리조차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여성들은 앞으로도 낙태권을 파기하려는 어떠한 법률적 시도에도 단호하게 항의할 것”이라 했다.

미국 캔자스 주민들이 2일(현지시간) 낙태권과 관련된 주 헌법 개정 관련 투표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낙태권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위치타주립대 닐 앨런 교수(정치학)의 말을 인용해 “캔자스주 주민투표는 낙태 반대 진영이 경각심을 갖게 될 결과”라며 “낙태 전면금지가 야기할 혼란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중간선거) 투표소를 찾게 될 것이며 보다 온건한 수준의 규제를 원하는 유권자들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투표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투표 전까지 낙태 찬반 양 진영은 서로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쳤다. 낙태 옹호단체인 ‘헌법자유를 위한 캔자스인’은 65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개헌을 지지하는 ‘둘 다 소중하다’ 역시 470만 달러를 모금했다. 또 다른 낙태 반대단체인 ‘수전 B 앤서니 리스트’는 140만 달러를 들여 캔자스 주민을 대상으로 개헌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연방 법무부도 성폭행 등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한 아이다호주 법에 대해 연방 긴급치료·노동법에 위배된다며 아이다호주 연방지법에 법 이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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