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취소·수출금지… 미·중 기업 얼려버린 ‘펠로시 한파’

대만 방문 따른 양국 갈등 격화로
제품 출시·게임제작도 줄줄이 차질
당분간 해결 여지 없어 기업만 피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 카운터가 4일 한산하게 비어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 영향으로 5일 인천과 대만을 오가는 직항편 운항을 취소하는 등 항공편 이용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한형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거리두기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경우 예정됐던 투자 발표를 연기하는가 하면 신제품 출시도 취소했다. 미국 역시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국 수출 금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미중 갈등 속에서 북미 공장 설립 투자 계획 발표를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ATL이 테슬라와 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공장 설립과 관련한 발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를 올해 9월이나 10월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CATL은 북미 수요를 고려해 미국과 텍사스 인근 멕시코에 적어도 2개 장소를 두고 해당 지자체와 부지 선정 및 인센티브 등을 협상 중이었다. 수주 내 이를 발표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 같은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됐다. 투자 발표가 자칫 양국의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레노버의 자회사 모토로라는 3세대 폴더블폰 ‘레이저 2022’ 신제품 발표를 약 1시간30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당초 모토로라는 레이저 2022와 새로운 플래그십 X30 프로를 지난 2일 오후 7시30분 발표할 예정이었다.

모토로라는 신제품 행사가 취소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인한 미중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모토로라 휴대전화 제조 사업부문은 2011년 구글에 인수된 뒤 2014년에 중국 레노버에 재매각됐다.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중국 넷이즈와 제작 중이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우)’ 기반 모바일 게임도 제작이 중단됐다. 넷이즈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을 개발하는 등 블리자드와 꾸준히 협력을 이어오던 회사다. 블룸버그통신은 넷이즈가 개발자 100명 이상이 속한 개발팀을 해산하면서 프로젝트가 무산됐다고 전했다. 겉으로 밝힌 이유는 재정 문제지만, 시기가 묘하다.

한편 미 상무부는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 업체에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 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고 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물론 구형 심자외선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중 모두 중간선거와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각각 앞두고 있다. 내부결속용으로 서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의 갈등이 봉합될 여지는 당분간 없어 보인다. 결국 피해보는 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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