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외국인 총수 지정 보류… 산업부 “검토 필요” 제동

논의 과정 통상 마찰 우려 등 제기
부처협의 지연땐 내년 적용 미지수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려던 ‘외국인 동일인(총수) 지정’이 잠정 보류됐다.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내년 대기업집단 지정 때까지도 추진안이 보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주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당초 개정안에 담으려 했던 외국인 총수 동일인 지정 내용은 빠진다. 대신 기업 총수의 친족 범위를 현행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실혼 배우자는 새롭게 친족 범위에 추가하는 내용 등은 예정대로 담긴다.

공정위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외국인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에서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외국인 동일인 지정은 지난해부터 논란이 불거졌던 이슈다. 지난해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국내 쿠팡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 명백한데도 총수 지정을 피하는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김 의장의 국적은 미국이다. 이후 공정위는 연구 용역을 거쳐 제도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다만 산업부는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데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뜩이나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에만 있는 규제가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쿠팡 등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상 분쟁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산업부·외교부·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부처 간 협의가 늦어지면서 내년에도 외국인 동일인 지정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5월 1일 대기업집단과 각 집단의 동일인을 지정한다. 관련 자료 제출 일정 등을 고려하면 시행까지 3개월 가량 걸리는 시행령 개정 절차를 연말까지 마쳐야 내년 대기업집단 지정 때 개정 결과를 반영할 수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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