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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낸시 펠로시와 미·중 관계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 노정객이 지난주 내내 세계정치를 흔들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결과, 미·중 관계는 당분간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한국도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 내 정치 지형은 대중 강경책으로 귀착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출범 후 ‘베이징 조’라는 친중 논란을 의식한 듯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출범 1년반이 지난 현시점에서 박한 평가를 받는다. 진보·중도·보수 모두 바이든 대외정책은 “지나치게 신중하고 상투적”이며 “갈팡질팡”하여 “보다 과감한 바이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퓨리서치의 6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82%가 중국에 부정적인데도 바이든 행정부는 ‘충분히 유효하지 못한 정책’을 펼친다는 게 중평이다.

펠로시 의장이 강행한 대만 방문은 본인의 신념과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군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미·중 첫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안전대(가드레일) 설치를 강조한 바 있으므로 양국 긴장을 조성할 방문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991년부터 중국 권위주의 체제와 인권 침해를 비판해 온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신념인 ‘정치적 행동주의’를 꺾지 않았다. 특히 고령과 오는 11월 패색이 짙은 중간선거로 은퇴 압박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정치인으로서 승부수를 던졌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내 진보 언론의 부정적 평가에도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포함해 상원의원 26명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펠로시 의장의 고집스러움도 있지만, 중국을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 내 분위기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은 중국에 약하다”는 비판을 의식하여 펠로시를 더는 말리지 못했다. 공화당은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까지 나서 “방문이 무산된다면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어떻게 행동하라고 지시한 꼴”이라고 논란에 가세하고,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내가 하원의장이 된다면 곧바로 대만으로 향하겠다”며 정치 쟁점화했다. “성공적인 외교 정책은 높은 원칙과 현명하고 시의적절한 실행이 조화를 이뤄야 하나,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그런 원칙은 보여줬지만 후자는 결여돼 있다”는 워싱턴포스트 편집위원회의 판단은 정확하다. 미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도 ‘미국 외교는 도덕적인가?’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같은 주장을 펼친다. 전선을 확장하기보다는 러시아 견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도 적절했다. 그러나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미·중 관계의 미래를 보여준다. 극단적 이데올로기 대립을 선포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전략적 경쟁’으로 제도화된 대결을 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이지만 대중 강공책 일변도를 주창하는 미국 정치 지형의 주류를 바꾸지는 못한다. 중국에는 애당초 기대가 없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사활적 이해’이지만, 베이징이 관영 매체를 동원하여 펠로시 의장의 이동 경로를 생중계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만 해협 중간선을 무력화하며 미국과 군사 소통 채널을 끊는 것은 3연임에 앞서 제로 코로나의 비효율성과 경제적 실정 등을 외부 위기를 조성하여 돌파하는 권위주의 체제의 전형을 보여준다.

한국의 선택이 중요하다.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제로섬 게임의 구조를 보이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은 원칙을 마련하여 분명한 방향성과 좌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 와중에 발생할 비용도 감당할 각오가 필요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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