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전체

[국민논단] 대통령의 길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4%대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선 득표율 48.56%의 절반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었던 고령층, 국민의힘 지지층, 보수성향 유권자 이탈의 결과다. 강력한 쇄신이 없다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기는 좋다. 하지만 원인 파악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 어젠다가 보이지 않는다. 인사 검증 부실과 당내 갈등 그리고 정책 어젠다를 세팅해야 할 시기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혼란을 겪었다.

경제 문제도 크다. 고물가와 저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회적 갈등도 크다. 대선 0.73% 포인트 차 신승이 보여주듯 우리 사회는 균열되어 있다. 사회 균열 구조가 지난 5년간 더 공고해졌다. 중도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시도조차도 용납되기 어렵다.

결정적으로는 ‘무엇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국정 기조의 핵심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상 국가 만들기’라는 상징적인 어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고 즉흥적으로 보인다. 정치도 기술이고, 작품이다. 연금 개혁, 교육 개혁, 노동 개혁이 국정 기조라면 개혁을 위한 전략은 단단해야 한다. 시작과 끝, 원인 진단과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허물을 찾아 정치 동력으로 삼는 것은 효력이 제한적이다. 자체 동력을 찾아야 지속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은 어떠했는가. 이승만은 ‘북진통일’을 외치며 한·미동맹을 이루었다. 박정희는 ‘잘살아 보자’를 외치고 산업화를 위한 경제 개혁과 새마을운동을 단행하면서 반발을 잠재웠다. 노태우는 ‘보통 사람론’을 외치며 토지공개념 법제화와 탈이념적 북방외교 개혁을 진행했다. 김영삼은 문민정부라는 핵심 가치를 기조로 ‘역사 바로 세우기’로 정치 개혁을 단행했다. 김대중은 ‘IMF 위기 극복’을 외치며 신자유주의 가치사슬에 조응하는 재벌 개혁을 추진했고, 햇볕정책으로 자본보수연대의 균열을 이끌었다. 노무현은 ‘참여 민주주의’를 핵심기조로 언론과 검찰 개혁을 시민사회 활성화로 조정했다. 이명박은 ‘글로벌경제 위기 대응’을 주장하며 친시장 개혁으로의 귀환을 과감히 추진했다. 그리고 문재인은 ‘적폐 청산’과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정치구조 개혁과 친노동 개혁을 단행했다.

개혁이란 건 누군가의 기득권을 빼앗는 시도라 저항은 필연적이다. 성공의 열쇠는 선후경중(先後輕重)에 있다.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국민에게는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분야별 개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역사는 개혁도 논리와 명분 속에 진행돼야 탄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예산 규모는 604조원을 넘겼고, 국가채무는 1064조원으로 증가했다. 나라 빚이 국가 GDP의 절반을 넘겼다. 가계대출은 5대 은행 기준으로 700조원을 넘었다. 고용보험기금은 2017년 이후 적자로 돌아서더니 결국 거의 고갈되고 말았다. 지난 정부는 세금을 투자해 선심성 정책과 단기 일자리만 늘렸다.

정상화를 위한 개혁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집권 당시를 살펴보자. 독일은 통일 비용으로 950조원의 재정 지출을 감당해야 했다. 동독 지역 주민에 대한 보조금이 사회보장 지출액의 49.2%에 이르렀다. 통일 비용 지출로 악화된 국가 재정을 위해 슈뢰더는 피터 하르츠를 노동개혁위원장으로 임명하고, 2002년 개혁안을 발표했다.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고 실업급여 등 연금, 복지 등 사회 보장성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동시에 독일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어젠다 2010이라는 조세 개혁을 추진했다.

당내 반발이 거셌지만 슈뢰더는 정권 뺏길 각오로 개혁을 강행했다. 결과는 예상했듯이 선거 패배였다. 2005년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에게 패배했고, 슈뢰더는 정계를 은퇴했다. 나라를 살리고자 자신과 사민당의 지지기반을 잃었다. 슈뢰더의 용기와 희생은 어디서 왔을까? 명확한 인식과 비전, 결단이 없었다면 강한 독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기희생 없는 개혁은 어렵다. 대통령의 길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비전속에 과감한 결단과 희생으로 만들어진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