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연체도 탕감 대상?” 새출발기금, 은행들도 난색

새출발기금, 과도한 혜택
도덕적 해이 조장 우려


소상공인과 청년 등 취약층 대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조성하는 30조원 규모 ‘새출발기금’에 이번에는 금융권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은행들은 원금 탕감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요건을 강화하고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새출발기금이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게 제공하는 원금 탕감 비율(60~90%)을 10~5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 상환 기한은 최대 20년까지 늘려주되 원금은 적정 수준 갚도록 해 성실 상환자와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안을 검토한 은행권 실무자 회의에서 원금을 과도하게 깎아주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자 감면, 저금리(연 3~5%) 대출 전환 등 혜택을 주는 ‘부실 우려 차주’ 요건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 안에 따르면 금융사 채무 중 하나 이상의 연체 일수가 10일 이상~90일 미만인 차주는 채무 조정 대상자가 된다. 상환을 열흘만 미뤄도 이자를 덜 갚고 금리도 시중은행 대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셈이다. 금융사로부터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거절당하거나 6개월 이상 장기 휴·폐업한 차주, 신용 점수 하위 20% 이하인 차주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실 우려 차주는 새출발기금 이용 정보를 바탕으로 신규 대출 실행·신용카드 발급 등 각종 금융 거래가 제한되는 ‘부실 차주’와 달리 별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 저축은행·캐피털사 등에서 대출을 여러 건 받은 다중 채무자는 고의 연체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율을 연 3~5% 수준으로 낮춰줄 경우 역마진이 생겨 손실을 볼 수 있는 제2 금융권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금융권은 새출발기금 운용 기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부실 채권을 매각하는 기준에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새출발기금 대상 차주 채권을 캠코 외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보가 있는 대출은 시장 매각 시 60%가량 회수할 수 있음에도 새출발기금 대상 차주라는 이유만으로 캠코에 헐값에 채권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