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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정적 전력 공급과 수요 감축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필자가 유학을 마치고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대학 은사께서 격려차 방문해 주셨다. 우리나라 전력 분야 소개에 뒤이은 간담회에서 매년 10% 넘게 성장하는 전력수요와 값싼 전기요금을 가진 우리가 부럽다는 말을 그때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 경신에 일조하기 위해 집에서 에어컨을 안 끈다고 한동안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다닌 적이 있다. 요즘 세상에 너무 황당한 얘기다.

정부는 올해도 세계적 이상기후의 발현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전력 수급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전년에 비해 발전설비 규모는 늘지 않은 반면에 높은 수요 예측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수급 불안의 어려움을 넘기기 위해 공급력 확대와 전력수요 감축, 에너지수요 효율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에너지수요 효율화는 장기적 대책이기에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공급력 확대와 수요 감축이 비상시 조치할 수 있는 올 여름철의 구체적 수단으로 보인다.

공급력 확대 대책을 보면 대규모 중앙급전발전기를 보유한 발전공기업 위주의 방안이 주를 이룬다. 수급 부족 예상 시 일부 석탄발전의 허용 가능한 최대출력 운전을 통해 발전량을 추가 확보한다고 한다. 탄소중립 시류에 석탄발전이 전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주력 전원이 석탄발전에서 재생발전과 원전으로 바뀌면 석탄발전의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상업운전을 앞두고 시험 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와 강릉안인화력으로 공급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동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설비에 여유가 없어 신규 발전소를 통한 공급 확대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과 후년에 동해안에 들어설 발전설비들 역시 송전설비 준공 지연으로 제약 운전이 불가피해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렇듯 공급 측면 대책은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수요 측면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커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통적 수요 감축 수단인 ‘신뢰성 DR’(전력 수급 부족이 예상될 때 전력거래소 지시에 따라 수요 감축)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발령기준 범위도 확대했다. 또한 ‘피크수요 DR’을 운영해 수요 감축 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수요 감축 대책 확대는 한계에 다다른 공급력 확대 대책 위주에서 벗어나 비상시에 계통운영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급력 확대와 달리 수요 감축 대책은 그 효과에 대한 검증이 상대적으로 부족함이 우려된다.

앞으로 공급력 확대 대책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 대책의 추가 발굴과 비상자원으로서의 역할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 또한 전력시장에서의 적극적 상품 개발과 더불어 수요 감축 자원이 수시로 활용돼서 발전기와 대등한 자원임을 현실에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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