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전체

[살며 사랑하며] 학교도 공원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출근길이 늘 중학교 등굣길의 풋풋한 활력을 가로지른다. 등교시간이 임박한 듯 우르르 몰려드는 발걸음과 자전거 무리. 차로와 보도 사이 펜스처럼 늘어선 자전거보관대에 쏜살같이 번호키를 채운 뒤 후다닥 교문을 향해 달려간다. 흐뭇하게 바라보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왜 학교 안에 자전거를 세우지 않고, 이렇게 학교 밖 보도에 놓아두지? 내가 근무하는 곳의 목동신시가지는 녹지율이 높고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체계가 월등해 자전거 이용이 많다 보니 지역 주요 범죄에 자전거 분실이 빠지지 않는다. 선생님이 천직인 친구에게 물으니 ‘학생 등교지도에 불편해서’란다. 선생님 자가용은 학교 안에 주차하는데, 학생 자전거는 학교 밖에 주차하는 아이러니라니. 보행자도 불편하지만 학생이 무슨 죈가?

학교도 공공공간이다. 1996년 학교 나대지를 녹화하려고 학부모에게 나무 기증을 요구한 사건이 계기가 돼 99년부터 서울시가 학교녹화 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학교공원화, 에코스쿨 등 명칭은 바뀌었지만, 학교 운동장과 옥상 등 유휴공간에 꽃과 나무, 연못과 휴게공간을 만들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학교 구성원이 자연을 즐기도록 해 왔다. 텃밭을 만들어 농사체험과 요리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었다. 최근에는 유휴교실을 생태 및 가드닝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실내체육관이 있는 경우 운동장을 과감히 줄여 생태숲을 만들고 자연놀이터를 도입하는 등 교육청과 학교에서도 차별화된 노력을 시도 중이다.

그럼에도 아직 학교는 폐쇄적이다. 지역의 눈높이로 볼 때 학교는 넓은 운동장이고 놀이터이자 근사한 나무가 자라는 녹지다. 일종의 공원이다.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수업시간이 아니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 생태해설가, 가드너, 도시농부, 놀이전문가, 목수, 요리사, 오케스트라, 극단, 작가와 화가까지 생생한 지역콘텐츠가 학교와 연결되는 건 서로를 위해서다. 이것이 지역 민주주의고 또 생활밀착형 교육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