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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맞은 강남… 도로엔 침수車, 상가는 흙탕물 범벅

피해 상인들 “생계 어쩌나” 눈물
빗물 빠진 주요도로는 아수라장
대중교통 운행 차질 출퇴근 대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이 9일 침수 복구 작업을 하면서 꺼낸 물건들이 쌓여 있다. 전날 동작구(신대방동 기상청 관측소 기준)에는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서울 최고인 381.5㎜의 비가 내렸다. 이한결 기자

9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한 상가 1층 정육점 주인은 망연자실한 채 건물 입구에 주저앉아 흙탕물로 범벅이 된 가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날 폭우로 성인 남성 허리 부근까지 물에 잠긴 탓이었다. “오늘은 영업 못 하냐”는 손님 물음에 “오늘만 못 하겠나요, 당분간은 복구만 해야죠”라며 울먹였다.

전날 밤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서초·동작구 등 남부 지역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이 일대 상인들의 피해가 컸다. 이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도 개장 3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침수 피해를 확인하려는 상인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수제화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이모씨가 오전 7시30분쯤 철문을 올리자 밤사이 흠뻑 젖은 신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빗물에 잠겨 있던 신발을 빼내 쌓아 올리니 150켤레가 넘었다. 이씨는 “다 가죽제품이라 원가만 8만원이 넘는다”며 “자식 같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다”고 허탈해 했다. 옷가게 주인 정모(39)씨도 전날 저녁부터 빗물을 퍼내고 이불로 틈을 막았지만 침수를 피할 순 없었다.

이날 서울 강남 지역 주요 도로는 빗물이 빠지면서 침수 차량만 덩그러니 도로에 남겨져 있었다. 빗물에 차선이 가려져 역주행하다 사고가 난 차량, 유턴하려다 내려앉은 지반에 박혀 물에 잠긴 차량이 그대로 방치돼있었다. 전기가 끊겨 신호등 일부는 먹통이 됐고, 뚜껑이 날아가 뻥 뚫린 맨홀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시민은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전날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린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은 장화를 신고 양동이를 들고 물을 퍼내기 바빴다. 생선이나 채소를 파는 상인들은 “안 그래도 부족한 식재료인데 다 폐기하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동작구의 또 다른 시장인 성대전통시장 거리도 잠겨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이틀째 비가 이어지면서 9일 저녁에도 ‘퇴근 대란’이 벌어졌다. 퇴근시간대 비가 쏟아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버스와 지하철 승강장이 혼잡했다. 특히 도로 침수로 강남구와 관악구 지역 20여개 버스 노선이 우회 운행을 하면서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 주변 등 곳곳 정류장에선 버스 환승을 하려는 시민들이 평소보다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목격됐다. 강남대로 일대는 배수가 완료됐지만 전날 방치된 침수 차량과 퇴근 차량이 뒤엉켰다.

앞서 이날 오전 출근길도 폭우 여파로 곳곳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으며 지각 사태가 속출했다. 출근 시간을 앞두고 서울지하철 9호선 노들~사평역 구간의 동작역, 노량진역 등 출입구와 환승 통로에는 ‘운행 불가’라고 적힌 띠가 걸렸다. 동작구에 사는 김모(32)씨는 이날 오전 7시20분쯤 출근하려 지하철 9호선 동작역을 찾았다가 운행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지각했다”고 말했다. 9호선 열차는 이날 오후부터 정상 운행됐다.

박민지 양한주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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