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정부 물가 대책’ 가동했는데… 치킨값 왜 오를까

배달료 등 포함땐 2만원대 즐비
핵심 식료인 닭고기값 인상보다
밀가루·식용유 가격 상승이 원인

최근 대형마트가 1만원 이하의 ‘반값치킨’을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미 크게 오른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치킨을 진열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치킨값이 오르면서 2만원 이하 치킨은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1위 교촌치킨이나 2위인 BHC의 경우 소비자가격 2만원을 넘는 제품군이 즐비하다. 배달앱에서 치킨을 주문할 경우 배달료를 더하면 ‘3만원 치킨’도 가능하다. 오랫동안 ‘국민 간식’으로 여겨졌지만 현재 몸값을 보면 간식으로 부르기 쉽지 않다.

치킨값 구조 해부해보니

2만원을 넘나드는 치킨값이 성립하는 이유는 이른바 ‘외부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외식업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치킨 전문점의 매출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37.1%에 달한다. 치킨 전문점 251곳의 실태조사를 토대로 평균 비중을 정리했다. 치킨값이 2만원이라면 실제 식재료비는 7420원 정도라는 것이다. 나머지 1만2580원은 식재료 가격과 무관하다.

식재료 외 인건비와 매장 임대비용 비중이 만만찮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르바이트 등 고용 인건비(9.5%)와 가족 종사자 인건비(3.1%), 그리고 매장을 운영하는 대표자 인건비(16.4%) 비중을 합하면 29.0%에 달한다. 식재료비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임대비용 비중도 치킨값의 10.4% 정도를 차지한다. 치킨값 2만원 중 2080원 정도가 매장 임대비용으로 지출된다.


여기에 세금 등 부수적인 비용이 추가된다. ‘기타비용’으로 분류되는 금액도 있다. 프랜차이즈에 지급하는 로열티와 같은 금액이 이에 포함된다. 이 비중이 치킨 매출액 중 6.6%다.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치킨 업체의 영업비용 비중은 88.6%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2만원짜리 치킨을 팔고 나면 남는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11.4%인 2280원 정도다.

왜 점점 더 비싸지나

이 중 어떤 요소가 가격 상승을 부추겼을까. 가장 큰 원인으로 원자재인 식재료비 상승이 꼽힌다. 핵심 식재료인 닭고기는 가격 상승의 범인이 아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닭고기 ㎏당 도매가격은 3477원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 도매가격(2780원/㎏)과 비교하면 많이 오른 편이지만 그렇다고 치킨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닭고기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오른 밀가루값과 치킨을 튀기는 기름값이 지나치게 오른 점이 가격 상승에 더 크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식용유값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밀가루는 정부 물가정책 영향으로 상승 폭이 큰 편이 아니었지만 식용유는 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4월 팜유 수출을 중단할 정도로 공급 대비 수요가 폭증한 것이 원인이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치킨 소비자가격에 반영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트에서 소비자에게 파는 식용유는 정부 눈치가 보여 가격을 많이 올리지 못한 반면 기업 간 거래하는 식용유는 평년 대비 최고 2.5배나 올랐다”고 전했다.

배달비도 만만찮게 부담이 되는 요소다. 배달 대행료는 인건비와 유류비, 수요와 공급 원리 등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 폭증으로 상승한 배달료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기록적인 수도권 폭우에 배달료가 2만5000원까지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 같은 값에 치킨을 구매해도 덧붙는 배달료 탓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인건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는 추세다. 그래도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업계에서는 임금을 더 줘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비명이 나온다. 치킨 매장뿐 아니라 대부분 외식업계가 겪고 있는 고민거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외국인 고용을 외식업 전 업종으로 확대하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가격 내려갈 가능성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치킨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치킨용 닭고기 공급가 자체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연이어 발표한 닭고기 가격 담합 제재가 소비자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포함해 정부가 원자재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적다. 시장 원리에 따라 책정되는 배달료를 깎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 찍어 누르기를 방지하는 일 정도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에서 각종 식재료를 독점적으로 공급받는다. 때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에 구매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가맹점에 61% 인상된 가격으로 식용유를 공급받도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소비자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원재료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적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다. 일단 국제식량가격 상승세가 주춤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8.6% 하락하며 4개월 연속 하강 곡선을 그렸다. 닭고기 공급량이 늘어난 상황도 치킨 가격 상승 억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육계업계와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를 열고 병아리 입식 물량을 평년 대비 3.3% 더 늘리기로 했다.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격 상승 폭을 줄일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입식 물량을 늘린 부분이 추석 전후로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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