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서편제 송화는 소리꾼에게 꿈 같은 배역”

‘서편제’로 뮤지컬 데뷔하는 ‘미스트롯2’ 양지은·홍지윤

뮤지컬 ‘서편제’의 여주인공 송화 역으로 출연하는 ‘미스트롯2’ 우승자 양지은(오른쪽)과 준우승자 홍지윤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인근 카페에서 국민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창작 뮤지컬 ‘서편제’가 12년간 이어진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청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소리꾼 가족의 한 많은 삶을 그린 ‘서편제’는 2010년 초연 이후 2012, 2014, 2017년까지 네 시즌 공연될 때마다 호평을 받았다.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도 있지만, 팝·록·발라드부터 판소리까지 다양한 음악을 드라마틱하게 엮어내 뮤지컬만의 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원작 저작권 사용계약 종료로 12일 개막해 10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무대에 오르는 다섯 번째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뮤지컬 팬들의 아쉬움이 큰 가운데 ‘서편제’의 여주인공 송화 역으로 TV조선 ‘미스트롯2’ 우승자 양지은(32)과 준우승자 홍지윤(27)이 나란히 캐스팅됐다. 두 사람 모두 뮤지컬은 처음이지만, 10대 초반부터 대학까지 판소리를 공부한 전공자 출신이다. 노래가 어렵기로 소문난 송화 역에 두 사람이 캐스팅된 것은 화제성을 넘어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개막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두 사람을 지난 4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10대 초반부터 판소리 공부

양지은과 홍지윤은 “‘서편제’의 송화 역은 소리를 공부한 사람에겐 꿈 같은 배역이다. 캐스팅을 위해 오디션 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고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모았다.

양지은은 제주도 출신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 김순자 선생을 만난 것을 계기로 문하생이 됐다. 김 선생이 사는 목포를 오가며 판소리를 배운 양지은은 전남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 여러 국악 경연 대회에서 수상했던 그는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는 유일한 흥보가 이수자다. 그는 “나와 지윤이 둘 다 뮤지컬은 처음이지만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서편제’ 출연을 결심했다. 돌이켜보면 ‘미스트롯’ 수상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 결과를 알 수 없는데도 기회를 잡기 위해 도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서편제’ 연습이 쉽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홍지윤 역시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 언니와 함께 국악 공연을 본 것을 계기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앙대 전통예술학부에 입학한 홍지윤은 성대 낭종 진단을 받고 발성 치료를 받던 중 아이돌 연습생으로 캐스팅됐다. 하지만 다리 부상으로 데뷔가 무산된 이후 주변의 권유로 미스트롯 경연에 참가했다. 그는 “1년 전쯤 ‘미스트롯2’ 심사위원이었던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선배가 내게 뮤지컬 ‘서편제’의 송화 역에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당시엔 뮤지컬 출연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흘려들었다. 그런데 올해 정말로 ‘서편제’에 출연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편제’에서 송화는 이복동생 동호와 함께 진정한 소리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 유봉을 따라 유랑한다. 동호가 유봉에게 반발해 떠난 뒤 유봉은 송화에게 한을 심어주기 위해 눈을 멀게 한다. 송화는 아버지를 원망하기보다 자신을 갈고닦아 진정한 소리꾼이 된다. 이번 뮤지컬 ‘서편제’의 송화 역에는 두 사람을 포함해 차지연 이자람 유리아 홍자까지 6명이 캐스팅됐다. 송화가 내밀한 감정의 진폭을 드러내는 배역인 데다 다양한 소리를 내야 하는 만큼 목 컨디션의 회복 기간 등을 고려해 캐스팅했다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양지은은 “앞서 ‘서편제’에 출연하신 차지연 이자람 선배님의 연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 ‘서편제’를 통해 선배님들에게 살아있는 연기를 배운 건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홍지윤도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들이 저희 연기를 지도해 주시는 것은 물론 격려해 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특히 아버지 유봉 역의 김태한 선배님이 개별 레슨을 해주신 것이나 유리아 선배님이 뮤지컬 배우로서 에티켓을 알려주신 것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뮤지컬을 계속 하고 싶다”

양지은과 홍지윤이 연기 연습에 앞서 이지나 총감독으로부터 특별 주문을 받은 게 있다. 화장하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연습에 임하라는 것. 그동안 ‘서편제’를 연출했다가 이번에 프로듀서로 나선 이 총감독은 두 사람에게 무대 위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어색함과 부끄러움부터 스스로 깰 것을 요구했다.

양지은은 “이 감독님이 ‘거지꼴’로 연습실에 나오라고 말씀하셨다. 평소 방송과 콘서트 때문에 풀 메이크업이 친숙한 우리에게 연기는 자신을 내려놓는 용기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홍지윤도 “화장을 안 하고 연습실에 처음 갔을 때는 동호 역으로 출연하는 송원근 선배가 TV 속 나와 동일 인물이냐고 놀리기까지 했다”고 웃었다.

두 사람이 ‘서편제’ 연습을 통해 깊이 새긴 또 다른 가르침은 ‘뮤지컬을 라디오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객석에서 배우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로 연기할 줄 알아야 관객에게 작품이 제대로 전달된다. 양지은은 “소리꾼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청가’를 부르면서 심 봉사나 청이 등 다양한 인물의 소리를 낸다. 그래서인지 ‘서편제’를 함께하는 선배들이 우리에게 목소리 연기에 대한 습득이 빠르다고 칭찬해 주셨다”고 말했다. 홍지윤은 “연륜 있는 뮤지컬 배우들은 물론이고 가수 출신으로 뮤지컬계에서 활약하는 박효신 선배 같은 분을 보면서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며 “‘서편제’ 연습을 녹음해 선배님들의 목소리 연기를 들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극 중 송화를 어떤 인물로 해석하고 어떻게 체화했을까. 요즘 젊은 층에게 딸의 눈을 망가뜨리는 유봉은 물론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송화의 캐릭터는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홍지윤은 “송화는 비극적 상황에서 삶을 놓아버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씩씩하게 자기의 소리를 찾아가는 것을 택했다”면서 “진정한 인간 승리를 이끌어낸 송화는 정말 멋있는 인물이다. 씩씩한 송화를 표현하고 싶다”고 웃었다.

양지은은 “송화의 삶에 자연스럽게 내 삶을 투영할 수 있었다. ‘미스트롯2’ 방송에서 아빠와 내 이야기(양지은이 20대 초반 아버지에게 신장을 기증한 것)가 많이 알려진 뒤 어떤 이들은 내게 불쌍하다고 한다. 물론 신장 기증 이후 피로감을 많이 느껴 국악을 잠시 멈춰야 했을 때는 아빠가 원망스러웠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복합적이었던 감정이 내 소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 수술 전후 내 소리를 들어보면 감정의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송화의 삶과 선택에 공감이 간다”고 설명했다.

양지은과 홍지윤의 송화 데뷔는 각각 14일과 17일이다. 극장에서 일찌감치 런쓰루(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을 통해 배우 조합별로 합을 맞출 정도지만, 두 사람은 요즘 무대에서 실수하는 꿈을 꿀 정도로 긴장감이 크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며 다른 뮤지컬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홍지윤은 “평소 뮤지컬을 자주 본다. ‘서편제’ 이후에 ‘그리스’ ‘맘마미아’ ‘라이온킹’ 등 내가 좋아해 온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양지은 역시 “‘서편제’를 계기로 뮤지컬의 매력을 알게 됐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적 정서가 있는 뮤지컬부터 차근차근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