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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노트] 갑자기(All of a sudden)가 아니다!

이선영 CJ ENM CP


지난가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받은 첫 번째 질문. “갑자기 이렇게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내용이었다. 내 대답의 첫마디는 “갑자기(All of a sudden)가 아니다. 이미 10년도 넘었다”로 시작됐다.

미국 메이저 언론이 보기에는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같이 여겨지는 것 같다. 사실 K팝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무척 오래된 일이다. 한류라는 말이 시작된 한국 드라마와 함께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를 기점으로 SNS, 동영상 플랫폼의 활성화와 함께 유럽과 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로 빠르게 확대됐다.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노력들이 있었지만 K팝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다. 처음 K콘(KCON·Mnet의 글로벌 K팝 콘서트로 K뷰티, K푸드를 비롯해 컨벤션과 융합된 형태의 K컬처 페스티벌)을 미국에서 개최했을 때가 2012년. 아시아인이 대다수의 관객일 거라 예측했던 우리에겐 1만명이 넘는 다양한 피부색의 현지 관객들 환호가 그 당시엔 무척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렇게 해서 벌써 10년이 넘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릴 2022년 K콘 10주년을 앞둔 지금, 미국의 올해 상반기 음반 판매량 톱10에 BTS를 비롯해 K팝 아티스트가 6팀이나 올랐다. 지난주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개최한 글로벌 한국학 포럼에서 한국 콘텐츠와 K팝의 세계화에 대한 나의 강연에 함께한 한국학 교수들이 “한류의 진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학문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최근 한국 콘텐츠와 K팝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디지털 시대의 본격화로 유통 과정의 필요 없이 전 세계로 바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최근 2∼3년 동안 가속화된 이 모든 일이 ‘갑자기’로 느껴질 만큼 틈새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의 진입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에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에 “Korean”이라고 대답한 뒤에는 항상 “South or North?” 또는 “Korean War”가 붙어 다녔던 예전 한국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문화적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재미있고 핫한 나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10위 안팎의 경제 규모를 유지해오고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하게 됐지만 사실 국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짧은 시간 선진국 대열에 들 수 있는 성장을 해왔다는 사실도 무척 놀랍지만 그에 맞는 소프트 파워를 갖는 것 역시도 무척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은 돈을 벌기 위해 죽도록 일만 하는 부정적 이미지로 영화 속에서 비춰지기도 했으니까.

2000년대 K팝이 처음으로 글로벌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부터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우리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이 질문을 받아왔다. “과연 K팝의 인기가 얼마나 갈 거라고 생각하나?” 혹자는 거품처럼 곧 꺼질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나의 대답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기는 하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지만 K팝의 인기를 폄하하려는 해외 언론과 학자들의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혁신 제품처럼 분석되기도 하는 K팝의 기획사 시스템을 두고 공격적인 시선들도 존재하며, 한류라는 이 트렌드 자체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일부 아시아 국가의 최근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도 있고 또 영리하게 마련해야 할 디지털 시대의 전략도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많은 창작자와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있고, 또한 K팝을 사랑하는 위대한 팬들이 있다. 그리고 갑자기가 아니다. 갑자기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드는 우리의 저력이 아닐까!

이선영 CJ ENM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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