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당당치킨

고승욱 논설위원


롯데마트가 2010년 프라이드 치킨을 5000원에 팔며 내놓은 브랜드가 ‘통큰치킨’이다. 당시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값이 1만5000원이 넘었으니 3분의 1 가격이었다. 그런데 양은 30% 많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롯데마트 주변 아파트를 ‘닭세권’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1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대기업이 영세 자영업자를 위협한다는 비난을 넘어서지 못했다.

방아쇠는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당겼다. “닭 한마리당 1200원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것.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울상지을만 하네요”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여야 정치인들은 일제히 리트윗하며 대기업의 횡포를 비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사를 제거하려고 싸게 파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서자 롯데마트는 백기를 들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동반성장을 후반기 국정운영 모토로 제시하고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추진했다. 3개월 전 동반성장위원회가 설립돼 빵집까지 싹쓸이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중이었다.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되살아났고, 2012년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법에 명시됐다.

지난 6월 홈플러스가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내놨다. 그런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생닭을 4500원에 공급받는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주장에 원재료 비싼 것은 본사에 말하라는 항의가 나왔다. 인터넷에는 유명 치킨 브랜드의 사이드 메뉴보다 싸다는 식의 글도 쏟아졌다. 살인적인 물가 때문인지, 치킨 3만원을 외치며 대기업보다 더 소비자를 앝봤던 프랜차이즈 업체에 화가 난 탓인지 모르겠다.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1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현명해졌다는 것이다. 비싸지만 맛있고 바로 배달해주는 치킨과 싸지만 줄을 서 사야 하는 미리 튀긴 치킨. 전통시장에는 3마리에 1만3000원 하는 ‘옛날 통닭’도 있다.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 정치인이나 업계가 어느 것을 고르라고 강요할 이유가 없다.

고승욱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