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해저드 논란에도… 5년마다 나오는 ‘대규모 빚 탕감’

DJ때 ‘기업부실 채권 정리’ 첫 도입
盧부터 尹까지 단골 정책으로 등장
정권 초 선심성으로 추진 비판 자초

서울 시내에 폐업한 상점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의 채무 탕감 정책을 둘러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진화에도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는 역대 정권 출범 때마다 대규모 채무 탕감 정책이 나오고 곧바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똑같은 양상이다. 취약층 금융 지원책이 정부 출범 초기 선심성 정책으로 추진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대중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인한 기업 부실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배드 뱅크’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정부는 기업 빚을 줄이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해 111조6000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매입했다. 당시는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봉착한 때였다. 모럴 해저드 논란 대신 “부실 채권 매입 가격이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

노무현정부 출범 첫 해인 2003년 설립된 ‘한마음금융’은 모럴 해저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는 신용카드 대란 직후 개인 파산자와 신용 불량자가 각각 1만명, 300만명을 넘었던 때였다. 정부는 한마음금융을 통해 부채 중 원금을 50%, 이자를 포함해선 모두 70%까지 탕감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성실 상환자 등이 크게 반발하면서 원금 감면 비율이 33%로 축소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금융 소외자 720만명을 구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금융사와 등록 대부업체 부채 8조원 등이 조정 대상이었다. 캠코에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해 이 채권을 사들인 뒤 원금을 30~50% 탕감하고 금리 인하 등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신용회복기금은 모럴 해저드 논란에 휩싸이며 지원 규모가 10분의 1(72만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임기 5년간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실제로 금융 지원을 받은 사람은 49만명에 그쳤다.


박근혜정부는 캠코에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부실 채권을 18조원어치 사들여 322만명의 빚을 조정한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원금 50~70% 탕감, 저금리 장기 상환 대출 전환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모럴 해저드와 재정 부실화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지원 대상은 33만명, 지원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159만명이 안고 있는 6조2000억원 규모 빚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원금 일부 탕감 내용이 포함됐지만 1인당 1000만원 이하 소액,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해 모럴 해저드 논란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서구권 선진국에선 민간 금융사가 채무자 상황을 1대 1로 깐깐하게 심사해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모럴 해저드 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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