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완화도 1기 신도시도… ‘하긴 합니다만 나중에’

세부 방안 없어 실현 불투명 지적
집값 자극 우려한 속도조절 관측
1기 신도시 정비도 임기 내 어려울듯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를 비롯한 주거지역의 모습. 최현규 기자

16일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담겼지만 큰 방향성만 제시됐을 뿐 세부 방안이 빠져 정부가 주택 공급을 놓고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됐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재건축 안전진단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선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 방안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감면 계획을 밝히면서 부과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하고 1가구 1주택자와 같은 실수요자나 고령자 등의 부담을 유예하는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재건축 부담금이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에 따라 재건축으로 인해 오른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제외한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이 초과이익의 50%를 부담금으로 걷는 제도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의 경우 1인당 7억7000만원에 이르는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개발 전부터 막대한 부담금에 대한 우려가 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이날 발표에서 새로운 부과기준 금액 등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 부담금 조정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국토부가 미리 결론을 제시하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구조 안전성 비중을 30~40% 수준으로 줄이고 주거환경과 설비 노후도 배점을 상향 조정한다는 방향은 제시했지만, 세부 조정안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거쳐 정비구역 지정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이 항목별 배점을 5~10% 포인트 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만 시행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연내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한 안전진단 제도 개선을 이번 발표에 포함하지 않은 점에 대해 정부가 집값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분당(경기 성남), 일산(경기 고양), 평촌(경기 안양), 산본(경기 군포), 중동(경기 부천)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도 당초 예정보다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연구용역에 착수해 2024년 중 ‘마스터 플랜’을 마련키로 했다. 원 장관은 “1기 신도시는 29만 가구에 이르는 워낙 대규모이기 때문에 개별 정비사업이 아니라 질서 있게 개발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도시 재창조’ 수준으로 체계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24년쯤에 재정비 계획을 발표할 경우 윤석열정부 임기(2027년) 전에 첫 삽을 뜨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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