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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진지한 콘텐츠의 힘

김철오 온라인뉴스부 기자


인도계 미국인 공학자 사티아 나델라는 2014년 2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혁을 시작했다. 컴퓨터 운영체제 개발을 축소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비중을 늘린 주력 사업의 전환은 지금도 나델라의 경영에서 최고의 업적으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나델라 CEO 취임 전까지 간판 운영체제 ‘윈도’ 시리즈의 20년짜리 성공에 심취해 모바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빌 게이츠가 문제였다. 게이츠는 2008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초대 CEO를 지내면서 ‘어둠의 군주’로 불렸다. 게이츠는 실리콘밸리에서 촉망받는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거액에 사들여 파기하거나 자사 운영체제를 타사 소프트웨어와 호환되지 않도록 설계해 도전자와 경쟁자의 씨를 말렸다.

이러한 게이츠의 폐쇄적 경영은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모바일 시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고립을 자초했다. 애플의 아이폰, 알파벳의 구글·유튜브, SNS 플랫폼 페이스북 트위터를 중심으로 모바일 시대가 팽창할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사내 경쟁 과열로 ‘내부 총질’까지 횡행해 인력 유출도 심각했다. 나델라 취임 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공학자나 경영인에게 탐나는 자리가 아니었다.

나델라는 CEO로 취임하자마자 주력 사업과 경영 전략을 재편했다. 그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사업부 수석부사장을 지내면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는 제조업을 좌지우지하는 석유처럼 모바일 기반 산업에선 데이터가 패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영을 시작하면서 윈도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타사 운영체제와 호환되도록 재설계해 확장성을 높였다. 또 방대한 데이터를 쌓는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링크드인’은 나델라의 시야에 들어온 플랫폼 중 하나였다. 업계의 재직자와 구직자가 대화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취업도 연결하는 SNS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가입 단계에서 이름, 나이, 국적, 주소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력, 학점, 직장 경력, 동아리 및 봉사 활동 이력, 구사할 수 있는 모국어와 외국어의 종류·등급, 획득한 자격증이나 보유한 특허를 입력한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팔로어가 연결된다. 타임라인에서 일상과 의견을 공유하는 링크드인 활동 방식은 다른 SNS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통째로 기입하고, 언젠가는 함께 일할지 모를 팔로어와 소통하는 링크드인에서 증오 발언이나 허위 정보는 용납되지 않았다. 이용자의 평판과 사고는 타임라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에서는 짧고 강한 언어가 반응을 일으키지만, 링크드인에선 많은 정보를 담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는 글이 지지를 얻는다. 이렇게 진지한 콘텐츠로 생성된 데이터가 링크드인의 성공을 일군 힘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6월 200개국에서 4억3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가는 당시 환율로 30조7000억원을 넘는 거액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내밀었다. 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링크드인 주식 전량을 49.5%의 프리미엄을 얹어 매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링크드인 인수는 지난 1월 게임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사상 최고액을 들인 투자였다.

링크드인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수합병 6년 만에 이용자 수를 8억2200만명으로 늘렸다. 매출액은 지난해에만 115억 달러로 집계됐다. 링크드인의 2017년 이후 매출액 합산은 376억 달러다. 링크드인은 인수가 이상의 매출액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안겨줬다. 나델라는 이렇게 또 하나의 성공 이력을 추가했다.

나델라 개혁도 늦은 편에 속한다. 데이터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본궤도에 들어갔다.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양자컴퓨터 시장의 강자가 세상의 데이터를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다. 모든 데이터가 유용하게 쓰이지는 않을 것이다. 나델라의 성공은 진지한 콘텐츠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해준다. 콘텐츠 생산자에겐 새로운 기회가 데이터 용량만큼 무거운 고민과 함께 다가온다.


김철오 온라인뉴스부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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