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성주 사드는 왜 5년째 ‘임시 배치’에 묶여 있을까

환경영향평가 미뤄져 공사 못해 軍
안팎 “文정부, 中 눈치본 듯”
尹정부 “안보주권… 기지 정상화”
中 ‘3불’에 ‘1한’ 요구 또 으름장

사진=최현규 기자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5년여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 다음 날이던 지난 10일 한국 정부가 과거 사드와 관련해 ‘3불·1한’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참을 뜻한다.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을 의미한다. 중국이 ‘1한’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는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 주권 사안으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드 기지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함에 따라 추가 보복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 정부가 매듭짓지 못한 ‘정식 배치’

현재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 위치한 주한미군 사드 포대는 5년째 ‘임시 배치’ 상태다. 정식 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2016~2017년 사드 배치 과정에서 촉발됐던 갈등이 재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사드 포대는 작전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없이는 기지 개·증축이 불가능해 현재 수도·전기 등 기지 운영을 위한 기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 400여명은 컨테이너 막사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 정부에선 환경영향평가의 첫 단계인 ‘협의회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군 안팎에서 “문재인정부는 애초에 사드 정상화 의지가 없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사드 배치 과정에 깊게 관여한 전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사드는 한·미 관계나 한·중 관계를 떠나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라며 “기지 정상화는 어려울 것도 없고 진작 됐어야 하는 일인데, 전 정부는 사실상 5년간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목적으로 2017년 4월 국내에 반입됐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6개월 정도 걸리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이후 정식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6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방침을 바꾸고 정식 배치 일정을 미뤘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이유였지만, 협의회 구성→평가서 초안 작성→주민 의견 수렴 및 설명회→평가서 본안 작성·협의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데 1년 이상 소요되는 방식이었다.


5년째 임시 배치…중국 눈치 봤나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협의회 구성도 지지부진했다.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도 있었지만, 본질은 ‘중국 눈치 보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관련 법상 협의회에 지역 주민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게 돼 있다. 성주 군민이면 자격이 되는데, 전 정부는 소성리 주민으로만 고집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배경엔 중국을 의식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에 대한 태도가 모호했다. 중국에는 마치 사드 배치를 되돌릴 수 있는 것처럼 ‘임시 배치’라는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했다”며 “반대로 미국으로부터는 ‘이게 무슨 동맹이냐’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임시 배치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미국 측은 불만을 터뜨렸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5월 펴낸 회고록에서 “한국 측에 ‘당신들 아들과 딸이 이런 조건에서 복무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수 있겠느냐’고 강한 어조로 문제 제기했다”며 “2020년 10월 나의 카운터파트(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철수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드 배치 때) 중국의 격렬한 반응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꿋꿋이 버텼지만, (정권 교체 후) 한국 입장이 바뀌었다. 중국 쪽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3불·1한’ 주장한 의도는

중국이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사드 3불’에 이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 없었던 ‘1한’까지 공론화하면서 그 의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한한령’과 같은 경제적 보복 조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중국의 실험’이라고 진단했다. 홍 실장은 “3불은 최소한의 요구, 1한까지 더한 건 최대한의 요구”라며 “거칠게 최대 요구선을 그어놓고 한국을 실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현실적으로 1한까지 관철될 것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부 여론을 다지는 동시에 한국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이중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에 직접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니 중국 당국도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사드 정상화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중국의 주장과 무관하게 사드의 정상적 운용을 위해 정상화는 필요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이렇게 지연시킬 이유도 없었고, 도입부터 정식 배치했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신용일 기자 uz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