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내일을 열며] 촌캉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번잡한 여행지 대신 한적한 시골을 찾는 새로운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일명 ‘촌캉스’(村+바캉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제철 음식을 해 먹는 등 시골집에 놀러 간 것처럼 즐기는 것이다. 과거 농촌 체험 마을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 단위 여행지로 사랑받았다면 최근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도 촌캉스를 찾아 떠나는 추세다.

각 정부가 취하던 입국 제한이 서서히 없어지는 데다 휴가철까지 맞아 세계 각국에서 여행 빗장을 풀고 나섰지만 해외여행은 여전히 불편하다. 해외여행에 대한 제약은 줄어들었지만 이제 비용이 문제다. 국제 유가 등 물가 상승에 항공권 가격까지 덩달아 올라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휴가(vac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을 합친 ‘베케플레이션(Vacaflation)’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비싼 해외여행 대신 국내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농·어·산촌을 찾는 비중이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국내 숙소 예약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시·군 단위 방문객이 급증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에 따르면 농촌 여행에 대한 긍정 여론은 코로나가 본격 확산한 2020년 20%로 낮아졌다가 올해 80%까지 되살아났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이후 농촌에서 힐링하고 싶다는 긍정적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촌캉스의 핵심은 고급 호텔이나 유명 관광지가 아닌 감춰진 시골 여행 명소를 찾는 데 있다. 도시 근교의 산이나 논밭 뷰가 있는 카페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촌캉스에서 이런 풍경은 덤이다.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촌캉스에서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이 잘 드러난다. 남들과 차별화된 여행지를 가보고 그것을 SNS에 올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걸 즐긴다. MZ세대가 촌캉스를 즐기기 위한 준비물은 ‘밀짚모자’와 ‘몸뻬바지’다. SNS에서 ‘촌캉스’를 검색하면 몸뻬를 입고 자연 속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핏 보면 시골 어르신 같지만 젊은이들의 휴가 사진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업계도 이들을 겨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시골집에서 하룻밤’ ‘지역농산물 요리해 먹기’ 등이 인기다. 가마솥, 고무신, 장작 등이 시골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하고 계절 따라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농작물 수확 체험도 제공한다.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고, 농업의 소중한 가치도 일깨우자며 홍보도 빼놓지 않는다.

‘호캉스’를 내세우던 호텔업계에서도 ‘촌캉스’가 등장했다. 한 호텔은 야외 액티비티와 함께 새참을 즐기고, ‘숲멍’ 및 나만의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를 위해 촌캉스를 떠나는 2030세대를 겨냥해 실용성과 즐거움을 더한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장시간 야외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아 자외선 차단과 더불어 편안한 제품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직접 채소를 수확하기도 하고, 요리도 하기 때문에 자외선에 노출되는 피부 보호 및 진정 아이템이나 선글라스, 신발, 화장품 등 촌캉스에 재미를 더해줄 다양한 제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촌에서 보내는 휴가는 소박한 인정과 함께 전통문화, 자연경관 등 도시민의 휴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농가 수입 증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취업이나 내 집 마련 등에 지친 젊은 세대가 농촌의 문화·생활 등을 직접 체험하며 지친 일상에 여유를 느끼고 힐링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