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특별지시”… 우리은행, 정부 정책 힘 실어준 까닭

횡령 사고 등 제재 수위 낮추고 신뢰 회복 위해 선제적 지원 관측

연합뉴스

우리금융그룹이 17일 23조원 규모의 취약층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대출 원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내놨다. 최근 여러 이슈로 금융당국과 긴장 관계에 놓인 우리금융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이날 “‘우리 함께 힘내요! 상생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하고 앞으로 3년간 23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사업은 물론 그룹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직접 지원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 역량을 결집한다. 이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서민과 취약계층이 다시 일어서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국가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의 지원 계획은 앞서 정부가 발표한 금융 민생 과제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금융은 저신용 성실상환자 대상 대출원금 감면과 취약 대출자 금리우대, 수수료 면제 등 ‘취약계층 부담 완화’에 1조7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또 청년·소상공인 지원(17조2000억원), 기부금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5000억원) 등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권에선 “한발 앞서 금융당국의 정책에 동조해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연체 90일 이상 부실 대출자에 대해 최대 90%까지 원금 감면을 해주는 방안 등을 담은 금융 지원 세부 운영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성실 상환자와의 형성성 논란 등이 계속되자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발표를 미루고 금융권 의견을 추가로 듣기로 했다.

이에 앞서 우리금융이 지원 계획을 내놓은 배경으로는 우리은행에서 700억원 횡령 사건, 1조6000억원 넘는 비정상 외환거래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이 꼽힌다. 제재 수위 결정에 앞서 신뢰 회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지원 계획을 내놨다는 시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은행 횡령 사고 등과 관련한 최고 경영진 책임론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대원칙은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금감원장을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손 회장은 2심 승소 판결을 받았고 금감원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우리금융 법적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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