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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폭포와 분수

안교성(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역사신학)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을 맞았다. 새로운 정부를 뽑은 유권자나 새롭게 선택받은 정부나 모두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는데 벌써 반응이 찬반으로 갈린다. 그러나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자칫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국민은 국민대로 지나친 기대를 요구하고, 정치가들은 정치가들대로 기대에 부응하려고 무리할 수 있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나 유권자로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기에 전 국민이 나름대로 정치 전문가적 식견이 있고 자기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전 국민이 사공인 셈이니 국민과 정치가들 모두 배의 향방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갖고 각별한 성찰을 해야 한다.

이쯤 해서 정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정치도 인간사이기에 정치가 결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정치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제한된 기한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이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는 고도의 인간 행위다. 그래서 국민은 최선의 지도자를 뽑으려 하고, 지도자는 최선의 팀을 위해 널리 인재를 구한다. 정치는 국민의 포퓰리즘적 요구에 영합하는 것도, 정치가들의 자기 비전을 구현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요구나 정치가들의 비전도 중요하지만 나라 전체를 생각하고 현실을 고려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요즘 폭우로 거의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어 물 비유를 드는 것조차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벌어지는 일들을 보니 물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물이 낮은 곳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특징은 세상 돌아가는 원리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된다. 바닷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무거워지면 비가 돼 내리고, 내린 비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마침내 바다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런 반복 운동이 완벽한 재사용이 가능한 이상적 생태계의 기초가 된다. 물은 그저 낮은 곳으로 임하는 법칙만 지키는데도 말이다.

수력발전도, 저수지도, 관개도, 수운도 모두 물의 하강 법칙에 의해 가능하고 그것에 의존한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물의 백미는 폭포다. 폭포는 아름답지만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엄청난 전력을 생산하기도 한다. 수력발전이 간혹 터널을 통해 물을 역류시켜서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자연스러운 낙하운동의 덕을 본다. 폭포와 대조를 이루는 것이 분수다. 분수도 아름답지만 위치에너지를 역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간혹 대형 분수가 있지만 대형 폭포에 견줄 수 없다. 나이아가라 폭포나 이과수 폭포 같은 규모의 대형 분수는 만들 수도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러니 자연법칙에 주목하듯이 사회법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스러운 것에서 힘이 나온다. 억지로는 안 된다. 과연 정치가 폭포 같아야 할지 분수 같아야 할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민도 정치가들도 좀 더 차분하고 진실되게 정치를 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쓰라고 조르지 말고, 정치가들은 봉이 김선달처럼 현혹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국가는 정치를 주어진 기한이 끝나면 선거를 통해 평가한다. 잘하면 다시 선택받고 못하면 자리를 내주게 된다. 주님은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고 말씀하셨다(막 10:43~44). 물과 같은 사람이 그립다. 진중한 국민, 신뢰가 가는 정치가들이 아쉽다.

안교성(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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