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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대부분 비정규·임시직… 기초생활수급자 탈출 힘들어

[보호종료, 새 동행의 시작]


현행법상 보호자가 없는 아동, 혹은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어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보호 아동’으로 분류한다. 과거에는 ‘고아’ 불리는 유기 아동들이 시설에 주로 보내졌지만, 최근에는 아동 학대나 방임, 부모의 사망 등 다양한 이유로 국가의 보호 대상이 된다. 이들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같은 시설에 들어가거나 일반 가정에 위탁돼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를 받는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보호아동은 2만4364명에 달했다. 양육시설이 1만1394명(46.8%)이었고 가정위탁 9923명(40.7%), 공동생활가정 3047명(12.5%) 등 순이었다. 이들이 원가정을 떠나 시설 등의 환경에서 지내는 기간은 평균 12년이었다.

국가의 보호가 종료되는 시점은 대개 만 18세다. 2020년 기준 2368명의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중 만 18세에 곧바로 퇴소한 규모는 999명(42.2%)이었다. 연장했던 보호기간이 끝난 연장종료 사례는 1369명(57.8%)이었다.

지난 6월부터 개정 아동복지법이 시행되면서 본인 희망 시 보호기간을 최대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대학 진학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기간 연장이 가능했다. 법 개정으로 18세가 되면 보호망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해야 하는 압박은 줄었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드문데다 시설에 보호 연장을 요청하기엔 눈치가 보이고 여건도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여전하다.

정부는 기존의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명칭 대신 ‘자립준비청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관련 법 조문에서 ‘아동’이라는 표현은 ‘사람’으로 일괄 변경됐다. 법에선 이들을 ‘아동’으로 규정하면서 정작 성인으로서 자립을 요구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성인이 됐어도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뜻도 있다.

자립준비청년을 보호·지원하는 제도는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홀로서기를 뒷받침하기엔 열악하다. 자립준비청년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통상 500만원 정도의 자립정착금을 지급받고, 보호종료 후 5년까지 월 35만원의 자립수당을 지원받는다. 2019년부터는 주거 안정 차원에서 LH매입임대주택 및 전세임대주택의 월 임대료와 50만원의 주거환경조성비도 제공되고 있다.


시설 퇴소 이후의 일시적 정착이 아닌, 지속적 자립 상태 유지를 위해서는 정서적·경제적 지지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 제공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립준비청년이 준비 미흡한 상태로 자립 생활에 들어가다 보니 저임금,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주거 불안, 범죄 등의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는 실정이다.

실제 자립준비청년의 취업률은 일반 청년들에 비해 저조하다. 보건복지부의 ‘2020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에서 보호종료아동의 고용률은 40.8%, 실업률은 16.3%를 나타냈다. 통계청의 전년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집계된 전체 청년(15~29세) 계층과 비교했을 때 실업률은 7.4% 포인트 높고 고용률은 2.7% 포인트 낮았다.

일자리를 잡는다 해도 비정규직, 임시직인 경우가 많았다. 자립준비청년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36.4%로 2018년 통계청 청년패널조사에서 집계된 일반 청년의 비정규직 비율인 29.6%를 크게 웃돌았다. 임시직 비중은 일반 청년(10.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1.3%를 기록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 아동 제도는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어른들로부터 아동을 분리해 국가가 더 건강하게 키워내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성인이 돼 사회에 발을 디뎠을 때는 상당수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고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건 사회적 비용도 커지는 문제여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주거 형태가 불안정한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 주거지원책을 이용 중인 자립준비청년은 전체 응답자의 47.9% 수준에 그쳤다. 친척 집(5.4%), 친구 집(1.4%), 자립지원시설(3.2%) 등 장기간 거주가 어려운 곳에 머무는 경우도 10%에 달했다. 고시원이나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경우 등을 합하면 자립준비청년 중 17% 이상이 취약한 주거 환경에 놓인 것으로 나왔다.


정부도 보호종료 후 5년까지 시설 내 자립전담요원이 아이들의 진학, 취업 현황 등을 모니터링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한국청소년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만2796명의 자립수준평가 대상 중 26.3%(3362명)는 어떻게 지내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원 방식이 경제적 자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노 교수는 “가장 좋은 자립은 사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호종료 청년들이 퇴소하고 나서도 시설 관계자 등 성인들과 가족처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자립전담요원 인력으로는 감당이 어렵다”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어른들도 실수하고 넘어지는데, 열여덟은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단단한 어른이 아니지 않나”라며 “예컨대 심리치료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하는 등 사회에 기댈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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